"5년쯤 지났으니 다시 쇼팽" 조성진…"꿈 없어졌고 행복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4:48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주 새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를 발매한 데 이어 오는 18일까지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뉴스1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주 새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를 발매한 데 이어 오는 18일까지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뉴스1

“다음 연주가 언제인지 모르니까, 새 곡을 익히려고 해도 손에 잘 안 붙더라고요. 시험공부를 하는데 시험이 언제인지 모르는 느낌?”

코로나19로 사라진 무대는 조성진도 당황하게 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7)은 3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기엔 한두 달 정도 연주가 캔슬될 줄 알고 ‘어떤 곡을 배울까, 취미생활을 해볼까’ 조금 기대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각해지더라”며 “피아니스트로서 연주를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코로나 이후 연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4일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작년 국내 투어도 잊지 못할 연주였지만, 올해도 연주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18일 올해 국내 첫 온라인 생중계 공연도 할 예정이다. 조성진은 “중계에 긴장을 많이 하고 싫어했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많이 적응됐다”면서 “작년 국내 투어 앵콜도 라이브 중계를 하려고 하다가 취소된 적이 있는데, 올해는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러 쇼팽 안 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 원하지 않아서"

2015년 쇼팽 콩쿨 우승 직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쇼팽 콩쿨 홈페이지

2015년 쇼팽 콩쿨 우승 직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쇼팽 콩쿨 홈페이지

이번 투어는 지난달 27일 발매된 앨범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앨범에는 쇼팽 피아노 콘체르토 2번과 스케르초 전곡이 담겼다. 2015년 제17회 쇼팽콩쿠르 우승자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조성진이지만, 2016년 콩쿠르 곡을 녹음한 앨범 이후 계속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리스트 등 다른 작곡가의 곡만 녹음해왔다. 그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이 정말 많은 기회를 줬고 모두가 탐내는 자리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될 수도 있는 위험한 점도 있다”며 “그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쇼팽 녹음을 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5년쯤 지났으니 이쯤 되면 다시 쇼팽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당시엔 좀 경직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롭게 치는 것 같다”며 “매일 거울을 보면 저는 똑같아 보이지만 남들이 보면 ‘늙었다’ 하잖아요? 연주 스타일도 일부러 바꾼 건 아니고, 그렇게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앨범은 2020년 녹음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영국의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 바람에 올해 3, 4월에 녹음했다.

"콩쿨 때 안쳐봐서 선택 안했지만, 쇼팽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쇼펭의 스케르초 2번곡을 연주하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주 새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를 발매한 데 이어 오는 7일까지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한 조성진은 2016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담은 앨범으로 데뷔했다. 2021.9.3/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쇼펭의 스케르초 2번곡을 연주하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주 새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를 발매한 데 이어 오는 7일까지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한 조성진은 2016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담은 앨범으로 데뷔했다. 2021.9.3/뉴스1

조성진의 새 쇼팽 앨범에는 쇼팽 콘체르토 2번이 담겼다. 지난 2016년 발매한 첫 쇼팽 앨범에서는 쇼팽 콩쿠르 우승곡인 콘체르토 1번을 연주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지휘자와 함께 2번을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조성진은 “콩쿠르 때 1번을 연주한 건 단순히 그 전에 2번을 연주해본 적이 없어서였다”며 “1번이 좋냐, 2번이 좋냐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콘체르토 2번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팽 스케르초 2번, 정명훈·신수정 만난 '특별한 곡'"

음반 수록곡이자, 이번 전국투어 2부 프로그램인 쇼팽의 스케르초는 조성진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했던 곡이다. 조성진은 “음악도 추억이나 기억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곡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스케르초 2번은 저에게 되게 특별한 곡이고, 추억이 많은 곡”이라며 “초6 때 처음 연주했고, 2007년 신수정 선생님이 이 곡을 우연히 들으셨고, 2009년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한 곡도 이 곡이고, 쇼팽콩쿠르 세미파이널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곡도 이 곡”이라고 소개했다.

"콩쿨 우승 비결 있었다면 다 우승했겠죠"

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 환한 미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와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21.9.3   ryousant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 환한 미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와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21.9.3 ryousant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쇼팽 콩쿠르이 올해 열린다. 조성진은 “2015년 우승하자마자 든 생각은 ‘이제 콩쿠르 안 해도 되겠다’였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긴장을 많이해서 아직도 긴장되고 끔찍한 기억”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참가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해줄 말을 묻는 질문에 “조언을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우승 비결이 있었다면 제가 이때까지 나갔던 대회에서 다 우승을 했을텐데 그게 아니었으니까”라며 “최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무대에 서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 외에는 운에 맡기고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카네기홀, 베를린필 꿈은 없어졌고, 행복하고 싶어"

취미도 딱히 없고, 일상이 음악이라는 조성진은 집에서 “바흐 파르티타 전곡, 베토벤 소나타 여러 개 쭉 쳐보거나” 하며 지낸다. 다음 앨범으로 바로크 음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휘자로 변신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2019년 통영에서 연주와 지휘를 같이 해보고 '지휘는 안 하겠다'고 결정했다"며 "재능이 없더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 할 일은 내일 생각하고 산다"는 조성진은 지금 '행복'을 좇는다. “몇 년 전까지는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하고 싶다, 베를린필과 협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꿈은 없어졌어요.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저에게 행복은 ‘좋은 연주를 하는 거예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