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노른자의 고소한 풍미, 생면 파스타 따야린의 매력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1:04

이유석의 면면면 ② 생면 파스타 따야린  

최근 외식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생면 파스타다. 생면 파스타로 유명한 B레스토랑은 일 년 치 예약이 끝났다는 소문이 돈다. 언젠가부터 생면 파스타를 취급하는 가게가 점차 늘어나 이제는 우후죽순 생기는 분위기다.

최근 생면 파스타가 인기다. 집에서도 파스타 제면기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사진 pixabay.

최근 생면 파스타가 인기다. 집에서도 파스타 제면기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사진 pixabay.

내가 생면 파스타의 매력을 처음 느낀 곳은 도쿄의 어느 이탈리아식당이었다. 2010년 초반 미식 여행 중에 찾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사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보낸 20대 유학 시절에도 생면 파스타를 접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대형마트에서 냉장 면으로 판매하는 것을 몇 차례 사서 해 먹은 정도가 전부였다. 일단 보관이 어려웠고, 개인적으로도 건면을 더 선호했던 탓도 있다.

그런데, 도쿄의 식당에서 먹은 ‘따야린’이라는 생면 파스타는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훌륭했다. 툭툭 잘 끊기면서도 살짝 쫀득한 치감에 혀에 감기는 맛도 좋았다. 목 넘김도 부드러워 더할 나위 없는 맛이었다. ‘덕후들의 나라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다.

파스타 제면기를 구입한 후 노른자를 넣은 따야린을 즐겨 만들었다. 사진 이유석.

파스타 제면기를 구입한 후 노른자를 넣은 따야린을 즐겨 만들었다. 사진 이유석.

그 여행 이후, 작은 파스타 제면기를 구매해서 생면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만들어봤는데, 역시나 제일 즐겨 만들었던 파스타는 ‘따야린’이었다. 노른자가 다량 들어간 따야린은 일단 만들기가 쉽다. 노른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고소한 풍미에 깊은 향의 치즈를 갈아서 뿌려주면 끝이다. 뭔가를 더할 필요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맛있다.

업장에서 생면을 만들 때는 주로 이탈리아 00밀가루를 사용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밀의 제분 정도에 따라 00, 0, 1, 2, 인테그랄레(integrale) 이렇게 5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00밀가루는 가장 곱게 제분한 것을 말한다. 인테그랄레는 거의 제분하지 않은 통밀에 가깝다. 가정집에선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중력분이나 강력분을 쓰면 된다. 폭신한 면의 치감을 선호하면 중력분을, 더 쫄깃한 치감을 선호한다면 글루텐이 더 높은 강력분을 추천한다. 참고로 00밀가루는 이탈리아의 연질밀(생 파스타, 피자 반죽 등) 밀가루 등급 기준에서 가장 제분이 많이 된 등급이다. 여기에 건 파스타의 주재료인 듀럼밀(durum wheat, 경질밀)을 가루 낸 세몰리나(semolina)를 적절히 배합해 면의 탄성을 조절한다. 따야린은 전통적으로 ‘노른자’만 들어가는 생면 파스타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른자 3개 대비 흰자 1작은술 정도 넣는다. 반죽도 더 잘되고 찰기가 생겨 쫄깃한 맛이 더 좋아진다.

따야린은 전통족으로 달걀 노른자만 넣지만, 개인적으로 흰자 1작은술을 넣어 반죽한다. 이렇게 하면 식감이 더 쫄깃해지기 때문이다. 사진 이유석.

따야린은 전통족으로 달걀 노른자만 넣지만, 개인적으로 흰자 1작은술을 넣어 반죽한다. 이렇게 하면 식감이 더 쫄깃해지기 때문이다. 사진 이유석.

면 삶는 물의 염도는 바닷물 정도에 맞춘다. 이 면수를 활용해 파스타의 간을 잡는 게 좋다. 간혹, 생면을 만들 때 소금이 들어가니 면수에는 소금을 안 넣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생면은 빨리 불어버린다. 팬에 넣고서도 재빨리 조리해야 하는데, 조리하며 간을 맞추려면 시간만 잡아먹기 일쑤다. 그런 이유로, 집에서 혼자 1인분 만들 게 아니라면, 면수로 간을 잡는 편이 낫다는 게 나의 견해다. 면수의 간은 끓여서 졸아드는 염도를 계속 체크하며 잡는 것을 추천한다. 간의 기준은 생면이 들어가기 직전의 염도를 체크하면 된다.

면에서 나온 전분기는 소스를 더 걸쭉하게 만든다. 걸쭉한 소스는 맛 입자의 결착력을 높여준다. 당연히 감칠맛도 더 좋아진다. 주의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오일 계통의 파스타를 만드는 게 아닐 경엔, 면수에 오일을 넣지 않는다. 걸쭉한 소스와 어우러지는 파스타를 만들 때 오일을 넣으면, 소스와 면이 잘 엉겨 붙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야린은 간단하게 팬에 후추와 버터, 면수를 넣고 끓인 후 삶은 따야린을 넣어 버무리고 위에 치즈를 뿌려 먹어도 좋다. 따야린 특유의 고소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이유석.

따야린은 간단하게 팬에 후추와 버터, 면수를 넣고 끓인 후 삶은 따야린을 넣어 버무리고 위에 치즈를 뿌려 먹어도 좋다. 따야린 특유의 고소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이유석.

여기에 고급 팁을 하나 더 공유하자면, 굳이 파스타가 아니더라도 모든 생면은 냉장고 보관온도나 주재료(파스타에선 달걀)에 따라, 맛이 변질되기 쉽다. 이때 맛의 변질은 상하는 개념은 아니다. 고소하고 신선한 풍미가 아닌 살짝 이질적인 향이 난다. 사실 먹어도 대부분 몸에 큰 무리도 없는 경우가 많다. 토마토소스 등의 강한 양념에 버무리면 티가 잘 안 나기도 해서, 모르고 사용하거나 먹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이때는 ‘식용 알코올’을 쓰면 된다. 거의 모든 생면 제품의 뒷면에 붙어 있는 제품 표기에 ‘주정’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정은 식용 알코올을 말한다. 주정의 함유량에 따라 유통기한도 결정되는데, 식용 알코올이 박테리아의 증식을 막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T제면소의 마스터께서 주신 고급 팁이다. 나의 경우는 들어가는 면 재료들 무게에 1~2% 분량의 식용 알코올을 넣어준다. 만들자마자 바로 먹을 게 아니라면, 냉장고에서 며칠 보관할 수 있어 유용한 팁이다.

나 같은 경우, 팬에 으깬 후추와 버터 한 조각 면수 1국 자를 넣고 버터만 녹을 정도로 끓여준 뒤, 30초 삶은 따야린을 건져내어 살짝 버무리고 위에 치즈를 갈아서 깔끔하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 파스타의 장점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밀가루와 달걀은 집에 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정용 파스타 제면기는 꼭 필요하다. 가격은 보통 몇만 원대부터 십만 원대 정도다. 한 개 정도 구비해 놓으면, 꼭 파스타가 아니더라도 칼국수나 만두피를 만들기에도 쉽다.

생면 파스타 ‘따야린’ 제면하기

재료
(1인분: 완성분 150g, 단품 메뉴 한 접시 기준)

강력분 100g (혹은 이탈리아 중력분 ‘00밀가루’), 달걀노른자(대란) 3개, 올리브오일 5g, 소금 한꼬집, 식용 알코올 2g, 물 5g

만드는 법  
1. 달걀을 깨서 노른자만 따로 준비해 둔다.

2. 밀가루를 깊은 볼에 담고, 가운데 구멍을 내어 1의 달걀과 다른 재료들을 모두 넣어 준다
3. 가운데서 바깥 방향으로 포크를 휘저어주며 밀가루를 조금씩 섞는다. 더는 섞이기 힘들 때까지 섞는다.
4. 손으로 반죽을 쳐주기 시작한다. 많이 반죽해줄수록 더 매끄러워지고 부드러워진다.
5. 4의 반죽을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한다. 이 과정이 반죽을 부드럽고 찰기 있게 한다.
6. 밀대로 5에서 꺼낸 반죽을 가능한 얇게 밀어준다.
7. 파스타 제면기에 가장 두꺼운 번호로 롤러의 너비를 넓혀주고 반죽을 통과시킨다. 모양이 이쁘지 않아도 괜찮다.
8. 면의 롤러를 한 단계씩 낮춰주며 롤러에 넓적 면을 통과시킨다. 단계를 건너뛰게 되면 면이 찢어지는 수가 있다.

9. 얇게 롤러를 통과시켜 원하는 두께의 넓적 면을 완성했다면, 후루룩 한입에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주고, 제면 커터기에 통과시켜서 완성한다.

▶셰프의 노하우
면이 너무 달라붙는다면, 밀가루나 옥수수 전분을 소량 묻혀주어 털어서 보관한다. 업장에서는 듀럼밀을 갈아낸 세몰리나 등을 많이 활용한다. 1인분 분량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 혹은 냉동 보관한다. 파스타의 경우 냉동보단 냉장을 추천하며, 냉장고에서 3일 이내 사용을 권한다. 주정(식용 알코올)을 추가할 경우 기간은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다. 꼬들꼬들하고 쫀득한 면을 원한다면, 냉장고에서 최소 반나절 정도 숙성한 뒤, 면을 삶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찰기 있는 식감이 별로인 분들은 중력분으로 대체해도 좋다.

앞에도 말했지만, 따야린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조금 더 고소한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와 카쵸페페(치즈+후추) 파스타를 합친 스타일을 추천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단골 손님들을 위해 만들었던 메뉴다.

재료(1인분)는 노른자 2개, 휘핑크림 1큰술(혹은 우유 1큰술), 파르미지아노 치즈(간 거) 1큰술, 곱게 으깬 후추 1작은술 ,버터 1작은술을 준비한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① 팬에 으깬 후추를 약 불에 1분간 볶다가 버터와 면수를 한 국자를 넣는다. ② 버터가 녹을 정도가 되면, 30초간 데친 따야린을 넣고 면에 코팅되게 두어 번 저어주고 불을 끈다. ③ 노른자 2개에 크림과 치즈를 넣고 포크로 잘 섞어준 후, 2에 넣어준다. ④ 팬을 불판에서 들어 올려 잘 버무린 후, 접시에 담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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