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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야구는 데이터라는데…선수 신체 정보에 어두운 한국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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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병곤의 MLB컨디셔닝스토리(19)

현대사회는 빅데이터의 시대다. 프로스포츠 역시 데이터를 통해 선수를 관리하고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선수에 대한 신체적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에 관련된 데이터는 많이 모으고 있으나, 선수의 컨디션을 예측하거나 확인하는 데이터는 없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의 신체적, 컨디션에 관련된 기초 데이터 수집에 힘을 쏟는 것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2020시즌 몸담았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도 한 시즌에 정기적인 피지컬 데이터 측정이 시즌 전, 시즌 중, 시즌 후로 이뤄지고 있다.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의 컨디션과 체력을 관리하기 위한 세부적인 운동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한 포지션별로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주기적인 측정을 하고 있었으며, 특히 투수는 5일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경기 다음 날, 트레이닝하는 날, 회복일 등에 맞춰 측정하고 선수의 피로도와 회복 여부를 확인하며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을 보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는 한 시즌 동안에만 선수의 피지컬 데이터 측정이 3차례 진행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는 한 시즌 동안에만 선수의 피지컬 데이터 측정이 3차례 진행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측정한 데이터는 팀과 선수의 컨디션 관리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트레이닝 프로그램 변화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측정한 데이터를 관리프로그램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데이터의 의미가 없어진다. 측정은 훈련 프로그램을 변화시킬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데이터 측정 평가 운동 프로그램 사이클. [제공 김병곤]

데이터 측정 평가 운동 프로그램 사이클. [제공 김병곤]

데이터 수집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팀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팀 전체 선수들의 몸이 딱딱한지, 근력이 부족한지, 스피드가 부족한지, 파워가 부족한지 등등으로 구분해 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잡아주기 위해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두 번째는 선수 개개인의 회복 훈련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선수의 피로가 누적되거나 부상이 나타나기 전조 증상으로 유연성이 감소하거나, 근력이 떨어지거나, 균형능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 측정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부상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는 없지만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줄이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팀과 선수의 컨디션은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되면 균형을 잃고 다치거나 경기력이 떨어지게 된다.

연간 분기별 월별 일일 측정 항목. [제공 김병곤]

연간 분기별 월별 일일 측정 항목. [제공 김병곤]

팀 측정 항목은 시기에 따라 운동 체력요소, 건강 체력요소, 부상 예방요소(가동성, 안정성, 근신경조절력)로 구분한다. 각각의 측정항목은 야구의 특성에 맞게 수정해 항목을 결정하고 연간 주기에 따라 계획해 진행하면 된다. 시기별로 구분해 측정하는 이유는 운동 체력요소는 그 변화가 빠르지 않아 최소한 분기로 변화되기 때문이고, 건강 체력요소는 변화의 정도가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하고, 부상예방요소는 주간 또는 며칠 사이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효율적인 검사를 통해 팀과 선수들에게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전략적인 측정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비교하면 야구 산업의 규모가 작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조금 더 건강하고 파워풀한 선수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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