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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하나에 수컷 셋…멸종위기 상괭이 구애, 서해서 포착 [영상]

중앙일보

입력

멸종 위기에 놓인 '웃는 고래' 상괭이가 이성에게 구애(求愛)하는 모습이 서해 상에서 포착됐다. 소형 고래류인 상괭이는 인간을 크게 경계하는 데다 주로 수면 아래에서 이동하는 만큼 관찰이 쉽지 않은 동물로 꼽힌다. 이번에 촬영된 영상이 상괭이의 번식 행태를 밝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4월 상괭이의 구애 활동을 태안해안국립공원 신진도 인근 해상에서 무인 비행기구(헬리카이트)로 촬영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영상에선 상괭이 한 마리를 둘러싸고 나머지 세 마리가 서로 경쟁하듯 헤엄치는 모습이 담겼다. 그 후 두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부둥켜안는 듯한 상황도 포착됐다.

지난 4월 서해 상에서 포착된 상괭이의 구애 장면.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난 4월 서해 상에서 포착된 상괭이의 구애 장면. 사진 국립공원공단

일반적으로 상괭이 짝짓기는 4~6월 봄철에 집중되는 편이다. 긴 시간 구애 활동을 거쳐 물속에서 짝짓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이 영상에 나온 상괭이를 분석했더니 이들 4마리의 크기는 1.5~2m로 나타났다. 4~5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괭이는 주로 수면 아래서 이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물 밖으로 헤엄치는 모습이 관찰된 건 흔치 않다.

'웃는 고래'라는 별칭을 가진 상괭이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웃는 고래'라는 별칭을 가진 상괭이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인 상괭이는 입을 벌리면 웃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웃는 고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주로 서해ㆍ남해ㆍ동해 남부를 비롯해 동중국해 등 아시아 연안 일대의 수심 50m 안팎 얕은 해역에 산다. 머리가 둥글고 눈이 작으며, 등 지느러미가 없는 게 특징이다. 크기는 대개 1.7m 안팎, 체중은 30~50kg 수준이다.

상괭이는 최고 25년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혼자 다니거나 서너 마리 정도 소규모 무리만 이뤄 다닐 때가 많다. 다만 연안에 멸치 떼가 나타나면 수십 마리가 큰 무리를 이루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먹이는 어류와 오징어, 새우 등으로 다양하다.

올 여름 남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를 조사하는 해양경찰. 뉴스1

올 여름 남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를 조사하는 해양경찰. 뉴스1

상괭이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꼽힌다. 1979년 2월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ㆍ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됐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보호를 받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물에 걸려 죽는 '혼획' 등이 꾸준히 나타나면서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살아있을 때는 몸빛이 회갈색을 띠지만, 죽은 뒤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으로 변한다.

최승운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앞으로 상괭이 서식지 보전과 해양 생태계 건강성 향상을 위해 상괭이 개체 수ㆍ분포ㆍ행동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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