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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부모 55% “자사고 폐지, 정권 바뀌면 번복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로 강남 쏠림 현상이 심화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이 계획대로 이뤄질 거라 생각하는 학부모는 20%대에 그쳤다.

3일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자사고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학부모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부터 서울 지역 학부모 등 1003명에게 교육 현안 관련 의견을 물었다. 자사고 20개가 서울에 밀집한 점을 고려해 서울 학부모로 조사 대상을 정했다.

앞서 2019년 교육부는 자사고의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꿔 2025년부터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자사고들은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데다가 전환 시점이 다음 정부가 들어선 뒤라 자사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에 '강남 8학군' 부활 우려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 쏠림 현상 심화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 쏠림 현상 심화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사고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가 50.6%, 찬성이 41.8%로 팽팽한 편이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 이후에 강남 등 교육 특구와 다른 지역의 교육 격차가 커진다는 응답은 68.9%에 달했다. 자사고 폐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도 2019년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고교평준화제도 아래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특정 지역(강남 등) 또는 특정 고교가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사고 폐지와 강남 선호 사이에 큰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2000년대 초 인기를 끈 '강남 8학군'은 자사고가 도입되면서 영향력이 줄었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이 나온 뒤 최근엔 강남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가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면 자사고 폐지도 무산" 전망 절반 넘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 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 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4년 후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겠다고 못 박았지만, 절반이 넘는 학부모가 그 전에 정책이 폐기될 거라 예상했다. 응답자 55.1%는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은 26.2%에 그쳤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교육부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이유는 자사고 폐지 과정에서 잡음이 잇따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탈락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면서 '법원이 자사고 폐지에 제동을 걸었다'는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정책 낙제점…'정권 버팀목' 40대도 등 돌려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 연령별 평가, 부정적 평가 압도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 연령별 평가, 부정적 평가 압도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응답자가 평가한 교육정책 점수('매우 잘한다' 100점, '매우 못한다' 0점) 평균은 'F 학점'(60점 미만)에 해당하는 52점이었다.

▶사교육 부담 경감 48점 ▶입시제도 혼란 해소 48점 ▶기초학력 증진 53점 ▶교육격차 해소 50점으로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온라인 수업 내실화 정책이 60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40대는 현 정권의 정치적 버팀목으로 꼽히지만, 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가장 부정적이었다. 조사 결과 40~44세 학부모의 교육정책 긍정 평가는 21.1%로 전체 연령 가운데 가장 낮고, 부정 평가는 66.6%로 가장 높았다.

자사고 측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 철회해야"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서울시 8개 자사고 교장단이 서울교육청에 1심 항소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궁민 기자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서울시 8개 자사고 교장단이 서울교육청에 1심 항소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고 측과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자사고 폐지 반대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은 "학부모와 학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교육데이터분석학회, 바른사회시민회의,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은 차기 정부에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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