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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55만원 쥐꼬리인데…세금까지 무는 사람 10만명

중앙일보

입력

국민연금공단 전경.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 전경. 중앙포토

서울에 사는 A(68)씨는 19년 5개월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냈다. 지금은 월 111만 5100원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소득세를 뗀 후 연금이다. 그는 한 해 31만6340원의 연금 소득세를 낸다. 국민연금공단이 월 2만6360만원가량을 원천징수한다. A씨는 지난해 연금 소득세를 가장 많이 낸 사람이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분석 자료

A씨처럼 국민연금에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섰다. 2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연금액에 소득세를 낸 사람이 10만2977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5만3595명이었는데, 1년 새 약 두 배가 됐다.

지난 4월 기준 한 달 국민연금 평균액이 55만원(특례노령연금 포함하면 44만원), 20년 이상 가입자는 94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후 연금이 아직 매우 적은 편인데 세금까지 매기냐"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국민연금에 세금을 무는 사람은 2013년 처음으로 나왔다. 그 해 3명을 시작으로 2016년 1096명, 2017년 1만1677명, 2018년 3만446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가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접어들면서 과세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 과세액은 65억4166만원이다. 1년 새 2.7배로 늘었다. 1인당 평균 과세액은 6만3525원으로 1년 새 약 1만8000원 늘었다.

4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456만명이다. 이들이 모두 세금을 내는 건 아니다. 2002년 이후에 해당하는 연금(반환일시금)에만 과세한다. 가령 연금이 150만원이고, 2002년 이후 가입 기간 해당분이 80만원이라면 80만원에만 세금을 매긴다.

또 연간 연금의 합계가 770만원 넘는 경우에만 매긴다. 이보다 적을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노령연금)과 분할연금(이혼연금)에만 매기며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기준 세금을 무는 연금 수급자 10만2977명 중 과세대상 연금액이 800만~900만원인 사람이 4만3271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이 900만~1000만원, 800만원 미만 순이다. 1200만원 이상은 20명에 불과하다.

연금 과세 기준선(770만원 초과)은 2014년 이후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과세 당국에 기준을 올려 연금 과세를 줄여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을 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회원국이 과세한다. 세금을 매기지 않는 나라는 슬로바키아·터키·리투아니아·헝가리 등 일부이다. 과세하되 대부분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시행한다.

최혜영 의원실의 박상현 보좌관은 "연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을 수는 없지만 한국의 노후소득 보장이 열악한 점을 고려해 공제 폭을 넓혀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세금을 매기나
우선 2002년 이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산정한다. 이어 연금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한다. 연금소득공제는 과세 대상 연금액을 4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공제한다. 인적공제에는 본인·배우자·부양가족 공제가 있다. 각각 150만원이다. 배우자 공제를 받으려면 연간소득이 100만원 이하이거나 근로소득 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렇게 공제해서 과세표준액을 구한 뒤 세율을 곱한다. 세율은 소득세율과 같다. 과세표준액이 1200만원 이하이면 세율이 6%인데, 지난해 연금 과세자의 전원이 이 구간에 해당한다. 이렇게 세금이 나오면 일괄적으로 7만원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국민연금공단은 간이세액표에 따라 매달 연금액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이듬해 1월 연말정산한 뒤 그달 연금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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