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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보다 빨리 사람 죽인다, 최대 9년 수명 단축시키는 살인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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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기질의 악화로 흡연이나 음주, 마약보다 대기오염이 수명에 더 큰 위협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인도의 경우 최대 9년까지도 기대수명이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파묻힌 뉴델리 레드포트. 연합뉴스

미세먼지에 파묻힌 뉴델리 레드포트.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최근 시카고 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EPIC) 연구팀은 전 세계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해 대기오염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을 통해 대기 중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육지의 실측 데이터와 대조해 조정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에 따르면 인류의 평균수명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74세에서 72세로 평균 2년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인들이 매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흡입하면서다.

WHO는 초미세먼지(PM-2.5) 노출량을 평균 10㎍/㎥ 아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지만, 실측 결과 인류는 WHO 기준의 3배가 넘는 평균 32㎍/㎥의 초미세먼지를 흡입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을 사인으로 인정받은 엘라 키시-데브라. 엘라 로버타 가족 재단 제공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을 사인으로 인정받은 엘라 키시-데브라. 엘라 로버타 가족 재단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2년 감소할 경우 ▶직접 흡연(1.6년) ▶음주 및 마약(11개월) ▶에이즈(4개월) ▶전쟁의 여파(22일)보다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엔 천식 발작으로 사망한 9세 영국 소녀가 세계 최초로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을 사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또 대기오염이 심한 상위 5개국에선 대기질 악화의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 지수 70㎍/㎥를 기록한 인도의 경우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5.9년씩 단축됐다. 방글라데시(5.4년)‧네팔(5년)‧파키스탄(3.9년)‧싱가포르(3.8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대기오염 지수 최대 106.6㎍/㎥를 기록한 인도 뉴델리의 경우 최대 9년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 평균 대기오염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평균 대기오염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지난 2016년까지 매년 상위권에 들었던 중국은 2013년 ‘대기오염과의 전쟁’ 선포 이후 대기오염 지수가 29%가량 감소하면서 상위 5개국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중국의 대기 개선은 평균수명을 1.5년 늘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인도 정부도 대기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뉴델리에선 지난 23일 첫 공기정화타워(스모그타워)가 준공됐다. 높이 25m의 공기정화타워에는 40개의 대형 환풍기와 5000개의 필터가 설치됐다. 총 공사비는 2억 루피(약 31억7600만원)가 들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인도 북부의 대기오염이 너무 심해 이런 조치가 대기오염 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설치된 25m 높이의 공기정화타워. [AF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설치된 25m 높이의 공기정화타워. [AFP=연합뉴스]

이번 발표에 대해 연구진은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기후 변화와 화석 연료 배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세계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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