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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하반기 수출전망 낙관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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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는 2016년부터 상품무역과 서비스무역의 활력을 진단하는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인 ‘무역 바로미터(Trade Barometer)’를 발표하고 있다. ‘상품무역 바로미터(Goods Trade Barometer)’는 전 세계의 수출주문, 국제항공화물, 컨테이너 처리와 자동차, 전자부품, 농산물 및 원자재 생산과 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출된다. 그 수치가 100이 넘으면 상품무역의 활력이 실제 실적에 비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적으면 그 반대다.

WTO는 지난 7월 ‘상품무역 바로미터’가 110.4로 산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1년 전과 비교해 20% 증가한 것으로 세계 상품무역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상품무역 바로미터’ 산출시 고려되는 모든 요소의 지수가 100보다 크게 나타나 세계 상품무역의 회복세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WTO가 최근 2021년 세계 상품무역 성장률을 8%로 전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WTO ‘상품무역 바로미터’ 회복세
우리 수출 증가, 시장다변화 성과
그러나 세계무역 ‘하방 위험’ 상존
모든 분야 새로운 대응전략 필요

한편 지난 3월 WTO의 ‘서비스무역 바로미터(Services Trade Barometer)’는 104.7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서비스무역 바로미터’ 산출시 고려되는 여러 요소 중 정보·컴퓨터·통신(ICT) 서비스와 국제여객항공편 지수가 각각 93.7, 81.0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했다. WTO는 ‘서비스무역 바로미터’가 100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세계 서비스무역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실적도 WTO의 분석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7월 1일 발표된 정부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우리 수출과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1%, 24% 상승해 뚜렷한 무역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급감했던 자동차 및 부품, 석유화학제품, 선박, 섬유, 철강, 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상품의 수출이 급반등했다.

또한 반도체, 컴퓨터, 전기차, 바이오·헬스, 화장품, OLED 등의 수출은 2020년에도 크게 증가했으며 2021년에 들어와서도 그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수출은 코로나19 시기에 비교적 잘 대응해 왔으며 최근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세와 친환경관련 상품의 수요 증대 등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 시장별 실적을 보면 2020년 미국, 유럽연합(EU), 베트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으로의 우리 수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에 들어와서는 세계 전 지역으로의 우리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 우리 수출은 EU(44.5%), 미국(34.6%), 중국(23.8%), 베트남(22.2%), 일본(11.4%) 등 주요 무역상대국뿐 아니라 인도(38.5%), 중남미(35.8%) 등 무역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 등으로도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의 서비스무역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2020년 여객운송서비스 및 관광서비스 무역은 전년 대비 각각 70%, 50% 이상 줄었으며 건설서비스무역도 크게 축소되었다. 그러나 2020년 화물운송서비스 수출은 반도체, 컴퓨터, 전기차 등에 대한 높은 해외수요로 인해 오히려 11% 증가했다. 2021년에 들어와 우리의 서비스무역은 전년에 비해 다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상품무역과 같은 회복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WTO는 2021년 전반기에 세계 상품무역이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하반기에는 ‘하방위험(downside risk)’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실현될 경우 지금과 같은 세계 상품무역의 회복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WTO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정도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세계 서비스무역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보급 및 접종률이 미흡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 등을 심각한 하방위험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하방위험에 더해 날로 격화되고 있는 미·중 통상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세계 상품무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비대면 시대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상품에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어려운 무역환경 속에서도 빠르게 수출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나아가 인도, 중남미, 러시아 등으로의 수출을 크게 늘려 수출시장의 다변화 성과도 이루었다.

그러나 WTO가 언급한 세계무역환경의 하방위험뿐 아니라 미·중 갈등 등으로 날로 커지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우리의 하반기 수출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고 세계경제의 미래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 수출의 회복세를 이어 나가야 한다. 투자, 생산, 판매, 구매, 기술, 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