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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기는 국가’라는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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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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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변화가 숨가쁘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아래 규제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가 가속화하고 있다. 명분은 ‘공동 번영’.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둔 지난 6월 기본 생활이 보장되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했다고 자축한 중국의 다음 목표가 됐다. 변화의 바람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주택 투기 금지 정책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지만, 최근 집행이 강화됐다. 정부가 정한 부동산 가이드 금액 이상으로 거래를 할 수 없고 임대료 상승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교육 형평성을 위해 사교육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선행 학습을 위한 방과후 학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국유기업 최고 경영자들에 대한 급여 개혁은 이미 시작됐고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예계 스타들의 탈세, 스캔들은 이 시국에 걸리면 여지없이 ‘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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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금융자본과 민간 기업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시장의 우려대로 이제 ‘상수’가 됐다. 알리바바는 반독점 규제에 걸려 3조원대 벌금을 맞았고 텐센트·메이투완(美團) 등 중국 IT 대기업 34곳이 관리 대상에 들어갔다. 시장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중립적 규칙이 허용되지 않는 게 사회주의 경제다. 시장의 힘은 국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이용된다. 선두 기업들의 승자독식 구조를 막아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당국 앞에 중국 기업들은 납작 엎드린 상태다. 랜스 고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서구 자본주의의 장점과 함정을 수십 년 간 관찰해 온 중국은 사회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을 지배하는 데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평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를 번영으로 이끌었던 경험에서 일탈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블룸버그 통신) 반대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서방은 정치적 꼬리표를 붙여 중국이 실패할 것이라 저주하지만 이같은 규제는 지속적 발전을 위한 시장 환경 조성이 목적이며 국민의 깊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반박한다.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에 국민들이 실제로 지지하는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언론과 여론 모두 ‘잘’ 통제되고 있어서다. 정부 시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는 부적절한 글을 올렸다고 판단된 15만9103명의 계정을 동결시킨다는 발표도 했다.

공동 번영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통제가 수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장을 이기는 국가라는 중국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