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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최선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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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은 세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임솔아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가출 소녀’가 주인공인 최근 인디 장편의 트렌드 안에 있으면서도 뭔가 다르다. 영어 제목인 ‘snowball’이 드러내는 것처럼, ‘최선의 삶’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감정을 포착한다. 그 중심엔 소영(한성민)에 대한 강이(방민아)의 마음이 있고, 그들의 관계는 의도하지 않은 ‘어떤 일’을 경험한 후에 급격하게 변한다. 가출한 강이와 소영과 아람(심달기). 뜨거운 여름, 세 아이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생활한다.

최선의 삶

최선의 삶

아람이 일을 나가고 방에서 자고 있는 강이와 소영. 더위 속에서 그들은 팬티 차림으로 잠을 잔다. 문뜩 눈을 뜬 강이. 등을 돌리고 자던 소영이 몸을 돌려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두 사람의 시선은 교차되고, 강이는 조용히 다가가 소영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잠에 든다.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 신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정성 들여 만든 장면 아닌가 싶다. 여름이지만 차가운 톤으로 표현된 이 신에서, 몇몇 오브제와 얼굴 클로즈업과 손가락과 발가락이 편집되면서 만들어내는 리듬은 음악과 결합되어 관능보다는 몽환의 톤으로 관객에게 스며든다.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뉘앙스를 ‘최선의 삶’은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