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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일부 앱에 외부결제 링크 허용…‘결제 방어벽’ 무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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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애플 앱스토어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애플 앱스토어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미국 애플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외부결제 링크를 넣는 걸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불공정 행위 관련 조사를 종료하면서 애플과 합의한 사항이다. 다만 음악·영화·전자책 같은 콘텐트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앱(리더 앱)으로 한정했다.

애플은 2일 “일본 공정위 조사 종료에 따라 앱스토어 정책을 업데이트한다. 리더 앱 개발자들은 외부 링크를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더 앱은 디지털 잡지·신문·책·오디오·음악·비디오 등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앱 내부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경 사항은 내년 초 전 세계에서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애플은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 각 개발사의 앱에 외부 결제 링크를 넣지 못하게 했다.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이 읽기 전용의 리더 앱으로 운영한 이유다.

예컨대 넷플릭스 사용자라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 영화·드라마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앱에서 결제는 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앱에 결제 기능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은 넷플릭스 앱이 아니라 웹사이트를 찾아가 구독료를 결제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앞으로 애플이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객이 넷플릭스 앱에서 외부 링크를 이용해 구독료를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기존에 애플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던 개발사는 외부 링크를 넣을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인앱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일본 공정위는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불공정 행위의 혐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애플과의 합의로 이런 문제는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콘텐트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최근 인앱결제를 완화하는 방침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달 말에는 앱 개발사들이 고객에게 앱스토어 외부의 결제 수단을 홍보하는 걸 허용한다고 밝혔다. 고객의 이메일 정보 등을 활용해 외부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줘도 된다는 의미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애플의 인앱결제 일부 완화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가능한 부분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열고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인앱결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조만간 국무회의를 거쳐 법안을 공포하면 즉시 시행한다. 이런 법을 시행하는 건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미국 상원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오픈 앱마켓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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