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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보다 웃긴 사람 많아 힘들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아유, 전 명함이 없어서, 주민등록증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첫인사부터 웃음에 허를 찔렸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개그맨 최양락(59).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아서 몇 년이나 방송할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40년이 됐다. 30주년 인터뷰한 게 엊그제 같은데 또 10년이 지나버렸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최양락은 20살이던 1981년 1회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타며 벼락같이 데뷔했다. 코미디 인생 40년간 “부침이 좀 있었다”는 그는 지난해 시작한 JTBC ‘1호가 될 수 없어’를 통해 “제4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자평했다. 아내 팽현숙에게 연신 투덜거리다가도 불쑥 스위트한 속내를 내비치는 캐릭터 덕분에 ‘초코양락’이란 별명도 얻었다. 지난달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에서는 폐막 무대를 ‘최양락 쇼’로 꾸몄다. 자신의 대표 코너인 ‘알까기’와 ‘남 그리고 여’ 등을 갈라쇼로 선보였다.

데뷔 40주년인 코미디언 최양락은 부인 팽현숙의 홈쇼핑 방송에 대부분 함께 나간다. 인터뷰도 홈쇼핑 회사 앞에서 진행했다. 스스로 “다 따라가는 착한 남편”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뷔 40주년인 코미디언 최양락은 부인 팽현숙의 홈쇼핑 방송에 대부분 함께 나간다. 인터뷰도 홈쇼핑 회사 앞에서 진행했다. 스스로 “다 따라가는 착한 남편”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양락은 “전성기 때도 팬이 없었는데, 팬클럽 회원 수가 3만 명이 넘는 등 과분할 정도”라며 “폭넓은 연령대의 팬이 생긴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초코 아저씨 팬이에요, 같이 사진 찍어요’ 할 때 감동적”이라며 “아이들이 왜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60살 먹은 아저씨이지만 철딱서니가 없어 코드가 맞아서 그런 것 같다. 엄마한테 혼나듯 와이프한테 혼나는 내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현재 TV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 ‘코미디 빅리그’뿐이다. 개그맨들은 유튜브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최양락은 “요즘은 개그맨보다 더 웃긴 사람도 많고 시청자 수준도 높아졌다”며 “요즘 후배들을 보면 ‘우리 때보다 더 힘들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유튜브(‘최양락의 희희양락’)를 쉽게 봤다가 고전하고 있다”며 “전엔 개그맨 1000명만 라이벌이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인이 라이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최양락은 코미디의 미래를 낙관한다. 그는 “코미디는 늘 부침이 있었다. 개그맨 역할은 어디든 있고, 기다리다 보면 또 무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배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개그는 원래 실험적인 게 살아남는다”고 격려했다.

연극영화과 출신인 최양락은 “배우 꿈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tvN ‘빈센조’에서 역할이 들어왔는데, 스케줄 때문에 고사했다. 연기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50, 60주년 때의 모습을 묻자 그는 “다른 재능도 없고, 그때까지 코미디언으로 일하기만 해도 대박”이라고 말했다. 삶에서 코미디의 비중이 “100%”라는 그는 “내가 재밌어하는 개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양락은 마음에 품고 사는 한 장면이 있다. “재밌는 개그맨 누구냐”는 질문에 전유성이 “최양락”이라고 대답한 순간이다. 평생 힘이 됐다. 그는 부코페 폐막 때 전유성에게 “그 말이 현재도 적용되나” 물었다. 전유성은 단박에 “너처럼 웃긴 애는 없다”고 대답했다. 최양락은 “그 말만큼 좋은 게 없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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