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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위원장 구속 집행, 민노총 “문 정권이 전쟁선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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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구속됐다.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다. 이날 오전 5시28분쯤 경찰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영장이 발부된 지 20일 만이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 구속을 “문재인 정권의 전쟁 선포”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죽이기 결정판인 위원장 강제구인을 강력히 규탄하며 강력한 총파업으로 대응하며 되갚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위원장에 대한 강제구인의 결과는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격발시킬 것”이라며 “과거 어느 정권도 노동자의 분노를 넘어 좋은 결과로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하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스1]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간부 8명의 삭발식을 하며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0일 110만 명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파업 동력은 크게 떨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데다 이로 인한 노동시장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또 보건의료노조의 협상 타결 등 파업을 예고했던 노조의 총파업 전선 이탈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예전처럼 각 사업장의 노조 간부들만 파업에 참석하는 형태로 총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노총은 여러 차례 총파업을 했으나 1% 안팎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등 소위 ‘뻥 파업’ 논란이 일었다.

이날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은 큰 충돌 없이 4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작전은 경찰 내부에서도 극도의 보안이 유지됐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2013년의 악몽’을 막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2013년 악몽은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때의 일을 말한다. 김명환(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철도노조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이 진입하면서 조합원들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다쳤다.

당시 사건이 경찰에 더 ‘아픈 기억’인 건 ‘법리적 판정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2013년 사건을 계기로 2018년 헌법재판소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름 전 양 위원장에 대한 1차 영장 집행 시도가 ‘조심스러웠던’ 이유도 그래서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의 수사 태도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서도 “민주노총보단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겠나” “쓰라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 등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차 영장 집행 당시 민주노총 측은 ‘수색영장’이 없는 걸 문제 삼았다. 경찰은 이날 다시 영장 집행을 하면서는 수색영장을 준비했다. 특히 구속영장에 ‘일출 전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도록 영장 신청 단계에서 긴급성 등의 사유를 소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출 전 일몰 후’엔 영장 집행을 되도록 지양하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장치는 없다”며 “경찰이 민주노총에 ‘물 먹은’ 적이 있으니 자체적 판단과 의지에 따라 제대로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오전 5시28분쯤 영장 집행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경향신문 사옥에 병력을 투입했다. 수사 인력 100여 명을 비롯해 41개 부대가 동원되는 등 1000명 안팎의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기동대원 일부는 방호복을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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