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부고발 의혹' 나오자마자…김오수, 사실상 감찰 지시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9:00

업데이트 2021.09.02 22:4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때인 지난해 4월 측근 검사가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야당에 전달했다는 ‘청부 고발’ 의혹이 확산되자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당사자는 고발장 작성 및 전달 의혹에 대해 “황당한 내용”이라며 전면 부인해 진실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사실상 감찰에 착수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관련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법무부 감찰관실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윤석여려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여려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尹 측근 검사, 김웅에 권언유착·김건희 관련 고발장 전달” 폭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이날 오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47·사법연수원 29기,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범(汎)여권 인사들과 MBC·뉴스타파 등 언론사 관계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장을 작성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51·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 출신인 김 의원과 손 검사는 연수원 동기로 검사 재직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라고 한다.

뉴스버스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3월 MBC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 유 이사장, 최 대표, 황 최고위원이 가담했다는 소위 ‘권·언유착’ 의혹 관련 혐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라고 한다. 이 중 최 대표에겐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도 적용했다고 한다.

명예훼손 혐의는 MBC의 해당 보도와 뉴스타파의 지난해 2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49)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보도가 윤 전 총장과 김씨, 한 부원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골자다.

이 매체는 손 검사가 이 같은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보내면서 고발인을 공란으로 둔 건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에 형사 고발을 사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C 보도의 제보자인 지모씨가 과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실명 판결문을 추가로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는 ‘손준성 보냄’ 이라는 문구 아래 해당 판결문이 있는 전자기기 화면 캡처본을 제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심의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15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수사정보정책관의 바뀐 직함)이 심의위 참석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심의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15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수사정보정책관의 바뀐 직함)이 심의위 참석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준성 “모르는 내용, 황당하다”…김웅 “누군가 제보”

의혹의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손 검사는 중앙일보에 고발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뉴스버스 기사는 황당한 내용으로, 제가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대검에서 근무했단 한 관계자도 “검찰이 고발장을 대신 써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시는 총선을 앞두고 굉장히 바쁜 시기인데 범정(수사정보정책관의 옛말인 범죄정보정책관을 줄인 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이 아니다. 그러한 첩보를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제보를 당에 전달한 건 맞지만 제보자 신원은 모른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당시엔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 당시 정보 제공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에서는 ‘청부 고발’이라고 주장하나 당시 우리 당은 김건희씨가 피해를 입었다는 부분이나 한동훈 검사장 피해에 관련된 고발을 한 바 없고 저 또한 그 부분에 대해 전혀 공론화한 바가 없기 때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래통합당이 해당 고발장을 이용해 형사 고발한 사실은 없다. 다만, 시민단체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지난해 4월 20일 MBC 박성제 사장 등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시민연대’(법세련)가 지난해 5월 최 대표와 황 최고위원, ‘제보자’ 지씨 등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실은 있다. 두 고발 사건 모두 의혹의 고발장과는 피고발인과 혐의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대통령 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대통령 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與 ‘윤석열 게이트’ 명명, 박범계 “검찰 정치적 중립관련 중대 사건”

윤 전 총장은 대선 캠프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그런 사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등 여권은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게이트에 대해 법무부·대검이 합동감찰에 나서라”(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국회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최 대표)고 일제히 요구했다.

여당 3선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사실이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법무부 감찰관실에 사실확인을 하라고 했지만 법무부에서 감찰을 얘기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