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의 성공, 카펜터의 안착…다음은 '대만의 왕'?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8:59

업데이트 2021.09.02 22:50

지난 시즌부터 대만 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고 있는 호세 데 폴라. [사진 중신 브라더스]

지난 시즌부터 대만 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고 있는 호세 데 폴라. [사진 중신 브라더스]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두산)와 라이언 카펜터(31·한화)가 KBO리그에 안착하면서 대만 프로리그(CPBL)를 평정한 호세 데 폴라(33·중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미란다와 카펜터는 올 시즌 KBO리그 '히트 상품'이다. 리그 탈삼진 1, 2위에 오르며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고 있다. 두 선수는 두산과 한화의 선발진을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왼손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CPBL에서의 활약을 지렛대 삼아 KBO리그에 입성했다는 점도 닮았다.

처음엔 반신반의한 영입이었다. CPBL 경력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있었다. 리그 수준을 한 수 아래로 평가해 "위험한 도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미란다와 카펜터는 우려를 불식하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리는 건 '대만의 왕' 데 폴라의 거취다.

데 폴라는 현재 CPBL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지난해 16승 9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192개) 부문 1위에 오르며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미란다(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 카펜터(10승 7패 평균자책점 4.00)보다 성적이 더 낫다. 올해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순항하고 있다. 16경기에서 11승(2패)을 따내 다승 1위. 평균자책점도 2.01로 안정적이다.

A 구단 스카우트는 "데 폴라는 최고구속이 시속 150㎞까지 나온다. 평균구속은 146~7㎞/h 정도"라며 "미란다보다 구속은 약간 느리지만 제구가 낫다. 상황에 따라 신규 영입으로 충분히 데려올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미 올해 그를 대체 외국인 투수로 검토한 구단이 있다. B 구단 단장은 "시도까지는 아니어도 체크는 했다. 하지만 대만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되면서 애매한 상황이 됐다. 경기 감각이 문제가 될 거라고 판단해 접었다"고 밝혔다.

데 폴라는 흥미를 자아내는 선수다. 하지만 영입까진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 시즌에는 이적이 쉽지 않은 '풀 게런티 계약'을 했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 성적에 따라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CPBL은 최근 선수를 타 리그에 뺏기지 않기 위해 월봉이 아닌 연봉 계약으로 선수를 묶는다. 데 폴라도 여기에 해당한다. 영입하고 싶어도 원소속팀인 중신 구단과의 관계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CPBL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건 결단이 필요하다. 리그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부담이 크다. B 구단 단장은 "선수 몸값이 같다면 대만보다는 미국에서 영입하는 게 낫다.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CPBL 성적에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도 있다. 2019년 6월 푸방에서 SK(현 SSG)로 이적한 헨리 소사는 원조 '대만의 왕'이었다. 영입 당시 CPBL 성적이 8승 2패 평균자책점 0.81. 소사는 SK 유니폼을 입고 초반 반짝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 막판 페이스가 꺾였다. 포스트시즌 부진이 겹쳐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9년 SK와 롯데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브록 다익손(현 유니 세븐일레븐)은 올 시즌 CPBL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 선수 시장의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시장이 위축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를 풀어주지 않으면서 데려올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 C 구단 스카우트는 "코로나19로 직접 가서 선수를 확인하지 못하지만 여러 구단이 CPBL도 체크한다. 데 폴라를 눈여겨 보는 구단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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