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소기업 사장이 대한상의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8:13

업데이트 2021.09.02 20:42

유용덕 판게아솔루션 대표가 2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유용덕 대표]

유용덕 판게아솔루션 대표가 2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유용덕 대표]

SK텔레콤 협력업체 대표가 “기술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며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SK텔레콤 측은 “해당 업체의 공급 차질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스마트태그 납품하던 SKT 협력업체 대표
“대기업이 기술 탈취하고 직원 퇴사 회유”
SKT “공급차질, 기술결함 때문에 생긴 일”

대전에 본사가 있는 중소기업 판게아솔루션(이하 판게아)의 유용덕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와 서울 상의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유 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 제품을 납품받아 SK하이닉스에 공급했던 SK텔레콤이 출자사를 앞세워 우리 기술‧디자인 특허와 똑같은 제품을 공동 납품하게 했고, 이로 인해 회사는 폐업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SKT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SKT 출자사가 기술·디자인 탈취” 주장

판게아는 2018년부터 비상시 인원 계수용으로 쓰이는 블루투스 기반의 ‘스마트 태그(Smart Tag)’를 SKT에 독점 공급했다. 이 제품은 현재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과 이천‧청주 공장에서 쓰이고 있다. 개당 2만원 수준으로 누적 9만여 개를 공급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 SKT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이 제품을 두 개 회사에서 공급받기로 결정하고, ‘엔텔스’라는 회사를 선정했다. SKT 측은 “당시 오작동 등 제품 결함과 공급 차질 때문에 공급선을 다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스마트 태그 제품. 왼쪽이 SKT 출자사인 엔텔스가, 오른쪽이 판게아솔루션이 공급하는 제품이다. [사진 판게아솔루션]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스마트 태그 제품. 왼쪽이 SKT 출자사인 엔텔스가, 오른쪽이 판게아솔루션이 공급하는 제품이다. [사진 판게아솔루션]

합의서 작성했지만 서로 주장 달라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엔텔스는 SKT 출신 직원들이 만든 회사다. 현재 SKT가 지분 6.01%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현직 대표 모두 SKT 출신이다. 엔텔스의 최대주주인 에이치에프알 역시 지난 2000년 SKT 사내벤처팀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다.

유 대표는 “엔텔스가 납품한 1만2000여 개의 스마트 태그가 판게아 제품과 거의 똑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스마트 태그를 만든 적이 없던 엔텔스는 낙찰받은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제품을 납품했다”며 “제품 개발과 금형 제조, 케이스 제작, 제품 인증, 부품 발주와 검수 등 과정을 고려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엔텔스가 판게아의 기술과 디자인 등을 도용했다고 유 대표가 의심하는 배경이다.

엔텔스가 공동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전 K사가 같은 입찰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의혹을 제기한다. K사와 컨소시엄을 이룬 업체가 판게아에서 스마트 태그 개발을 주도했던 개발팀장 출신이 창업한 곳이어서다. 유 대표는 “SKT의 한 직원이 우리 개발팀장의 퇴사를 회유했고, 개발팀장이 퇴직 후 창업해 SKT 스마트 태그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T 측은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내부 감사 결과 SKT 직원이 판게아 직원의 퇴사를 회유·종용했다는 어떤 구체적인 사실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KT “오작동과 공급 차질이 문제” 반박 

이후 SKT와 판게아는 지난해 12월 합의서를 작성했다. 판게아가 ‘제품을 공급하는 대신 신고와 고소, 고발, 소송 등 일체의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유 대표는 “SK하이닉스에 단독으로 공급하게 해 줄 것이라는 회유에 이미 발생한 피해 보상도 받지 않고 합의서에 서명했다”며 “하지만 이후 사업 주체가 SKT에서 (SKT의 자회사인) ADT캡스로 바뀌었고 발주가 계속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SKT를 상대로 합의서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T 측은 디자인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공급사 간 분쟁 소지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판게아와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또 공급 차질은 판게아 측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한다.

SKT 관계자는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판게아 측과 합의서를 작성했고, 이후에도 판게아에 2만여 개를 주문하는 등 지속적인 거래를 했다”며 “하지만 판게아 측이 실제 공급한 물량은 3000여 개에 그쳤다. 현재도 제품 납품 거절을 하고 있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건물. [뉴스1]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건물. [뉴스1]

이에 유 대표는 “스마트 태그는 우리 직원들이 오랜 기간 현장에서 검증하며 만든 특허 제품”이라며 “대기업이라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함부로 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개월 동안 싸웠지만 허사였다. 회사는 폐업 직전”이라며 “우리 협력업체 중에는 이미 파산한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사연을 올렸고, 이날 오후 600여 명이 청원 동의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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