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위드 코로나' 합창하는 대선주자들…"與 되레 악재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7:55

업데이트 2021.09.02 18: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유성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유성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대선 주자들의 입에선 이미 ‘위드(with)코로나’가 대세다. 위드 코로나 방역 체제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낮춰서 일상 생활에서 감기처럼 공존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은 위드 코로나 변화에 맞게 충분히 확정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코로나 고통에 진통제를 놓는 식의 대응이라면 저소득층의 지원을 넓히고 부스터샷(추가 접종) 백신을 구매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정부보다 한 발 앞선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주자가 때로는 앞서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엇박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한 목소리를 내온 이 전 대표가 독자적 주장을 한 이례적 경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2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모두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를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2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모두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를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명낙 대전’이 한창이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주장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의 위드 코로나 방역 전략은 용기 있는 말씀”이라며 “숫자에 얽매인 경제관료를 이겨내고 확장적 예산편성을 ‘원팀’으로 반드시 관철해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두관, 정세균 후보 등도 추석 이후부터 소상공인 영업 제한 해제와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당장 영업 제한을 풀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오후 국민의힘 울산시당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오후 국민의힘 울산시당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서 “어차피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박멸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위드 코로나를 선언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이 회복할 때까지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로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16일 “감염 사례를 따라다니며 통제하는 추노(推奴)식 방역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확진자 수보다는 중증환자와 사망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손해를 최소 3배 이상 지원”(국민의힘 윤석열), “경증 환자 자가 치료”(국민의힘 원희룡), “자영업자 자율 방역 체계로 전환”(국민의힘 유승민), “사업장 하루 총 이용인원 제한제”(정의당 이정미) 등 구체적 방법은 다르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여야 대선 주자의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 전환에 대한 입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야 대선 주자의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 전환에 대한 입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야 대선 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에 고강도 거리두기 완화를 요구하는 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단체는 2일 입장문을 통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은 사실상 영업 포기 상태다. 방역 수칙은 엄격히 지키되 경제 활동은 보장하는 새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25~30일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는 “현재 방역 체계가 지속되면 휴·폐업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일엔 자영업자비대위, 한국코인노래방협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이 청와대에 찾아가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에게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방역 당국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보건의료노조 간담회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은 의료 체계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백신특위원장 전혜숙 의원도 25일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 충족될 때 위드 코로나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여당 의원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통제가 안 돼 확진자가 폭증해 의료 체계가 마비된 해외 사례가 다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확진자가 더 증가하면 여당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달 26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선 고령층의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80% 이상의 면역 수준이 되더라도 방역 조치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핵심인사는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 추이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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