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 받겠다는데..구호ㆍ민생지원 예산 6300억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7:45

업데이트 2021.09.02 17:54

남북관계가 중단된 가운데 정부가 대북 지원 예산을 6300여 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는데, 순수 정부 예산인 일반회계 2304억원과 대북협력사업 등에 사용하는 남북협력기금 1조 2694억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과 비교해 각각 10억원(0.4%)과 238억원(1.9%)이 늘어난 규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오종택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오종택 기자

일반회계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예산이 952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5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여파로 대폭 줄어든 탈북자들의 숫자를 고려해 27억 500만원이 줄어든 규모다. 올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남북회담 예산은 32억 5000만원에서 24억 2500만원으로 8억2500만원(25%) 감소했다.

통일부 2022년도 예산안 발표
남북협력기금 1.9% 증액

대신, 통일부는 북한 정세분석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보다 24억 3000만원이 늘어난 156억 8500만원을 배정했다. 다른 사업비는 올해와 같은 수준이거나 소폭 조정했다.

눈길을 끄는 건 필요할 경우 기재부 등과 협의해 사용할 수 있는 협력기금이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통일부는 기금 운영비 23억 5000만원을 제외한 1조 2670억원을 사용할 수 있다. 이중 통일부는 대북구호지원과 민생협력지원에 각각 올해와 같은 약 1188억, 5130억 규모의 예산안을 마련했다. 북한에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영유아·보건의료·인도협력체계 구축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통일부는 구호지원과 민생협력 지원과 관련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와 동일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북한에 수해와 가뭄 등 연이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지만 올해 집행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인도적 대북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에 민생협력지원, 구호지원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반기 상황을 봐야겠지만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돼야 집행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통일부 예산ㆍ기금안 주요 내용 중 남북협력기금 프로그램 및 세부사업 편성 현황. 통일부.

2022년 통일부 예산ㆍ기금안 주요 내용 중 남북협력기금 프로그램 및 세부사업 편성 현황. 통일부.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코로나 19 백신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북한이 남측에 손을 벌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최근 함경도 인근의 수해도 스스로 복구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1월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 긋기다.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남측에서 지원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도 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들며 남북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그런 만큼 현재 상황이라면 대북 지원성 예산은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단, 협력기금의 경우 쓴 만큼 다음 회기에 보충하는 형태여서 올해, 또는 내년에 쓰지 않을 경우 그대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예산 낭비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데 예산 항목이 없다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다"며 "협력기금은 일반예산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반납하는 게 아니어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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