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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장관이 신설 학과에 목메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한국기술교육대를 찾았다. 산업 재해 예방, 악화하는 고용시장,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 노사관계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고용부 산하 기관 가운데 유독 한국기술교육대를 방문했다. 그가 이 대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용부 산하 국책대학이어서가 아니다. 내년에 새로 생기는 학과 때문이다.

고용센터 근무할 전문인력 양성 학과 신설 #독일 등 선진국의 전문 사관학교 본 떠 #공부하며 국가 자격증 부여하는 과정평가형 #공무원 시험 때 25점 가산점 혜택 효과 #고용센터에 배치해 고용정책 실행 전문성 제고 #"고용서비스 질을 높일 인력 양성 거점 기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부 부서 중에는 고용서비스정책과가 있다. 일자리 알선과 실직자 관리, 직업훈련, 고용보험 등 고용 서비스와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고용정책실 소속이다. 이 직제를 그대로 딴 학과가 조만간 신입생 모집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닻을 올린다. 고용서비스정책학과(정원 36명)다. 고용부 산하 고용센터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용센터와 같은 공공 고용서비스기관 또는 민간 고용서비스기관에서 일할 전문 직업상담 인력을 양성한다.

안 장관은 "전국 174개 고용센터 등에 근무 중인 상담인력이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고용서비스 분야의 핵심 전문 인력 양성은 일자리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고용서비스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학과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대국민 고용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용서비스 인력 양성 거점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고용부 산하 고용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직 직원은 3154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고용서비스 담당 인력은 1인당 구직자 605.5명을 책임진다. 독일은 53.4명, 영국은 53.1명, 프랑스 95.9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구직자가 고용센터에서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부합하는 일자리 알선과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이에 따라 올해 초 최소 3000명을 증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충원 인력이 74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제),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등 각종 정책을 집행하기에도 벅차다. 고용부는 탄소 중립,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취약계층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4만여 명(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포함)의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제대로 된 고용서비스 받기 힘든 한국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EURO STAT]

제대로 된 고용서비스 받기 힘든 한국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EURO STAT]

특히 고용서비스정책학과는 과정평가형(특정 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자격증 부여)으로 꾸려진다. 학과 수업만 제대로 들으면 자체 평가를 거쳐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시스템이다. 직업상담사 자격증 2급을 따면 고용부의 관련 직종 9급 공무원 시험에서 5% 가산점을 받는다. 점수로 치면 25점에 맞먹는다. 7급 공무원은 2급 자격증 3%(15점 상당), 1급 자격증 5% 가산된다.

신입생 합격자에게는 1년 간 전액 장학금을 주고, 희망하는 신입생은 전원 기숙사 입사도 가능하다.

이처럼 파격적인 형태로 교과 과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졸업한 뒤 곧바로 고용부 산하 고용센터 등에 투입해 실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예비 직업전문상담사로 대우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고용서비스 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고용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탐색을 위해 상담하는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선진국은 1시간 이상 걸린다. 적성과 경력, 심리상태, 기술 수준, 적합도 등을 꼼꼼하게 상담하고, 이를 포트폴리오로 꾸린다. 독일 국민이 "고용센터를 활용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신뢰하는 이유다.

안네 드 세메드 벨기에 고용센터(LE FOREM)장은 "실직자가 찾아오면 상담을 하는데 최소 1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매티아스 슐제 뵈잉 독일 오펜바흐 잡센터장도 "50분 이상 상담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했다.

이런 인력 양성을 위해 선진국은 교육 시스템을 국가가 관리한다. 벨기에는 르 포렘 아카데미를 20여 년 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독일에는 전문 상담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 고용사관학교(HdBA)가 있을 정도다. 매년 500명 모집에 7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대학 진학률이 50%가 되지 않는 독일에서 이렇다.

이성기 총장은 "학과 출범과 함께 HdBA와 교수진 교류를 시작할 방침"이라며 "향후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도입해 독일 고용청과 고용청 산하 고용센터에서 학생들이 선진 고용서비스를 실습할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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