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아들 독성 쇼크로 숨질뻔…제발 마스크 씌워라" 호소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6:18

업데이트 2021.09.02 17:44

11세인 케이슨 애보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합병증으로 한달간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홈페이지 캡처]

11세인 케이슨 애보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합병증으로 한달간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홈페이지 캡처]

학교 대면수업을 전면 재개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어린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선 학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중환자실까지 실려갔던 11세 소년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소년의 어머니 앤지 애보트(53)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학교에 보내라"고 호소했다.

어린이 코로나 환자, 심각한 합병증 가능성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에 거주하는 앤지의 아들 케이슨 애보트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에 걸린 뒤 합병증으로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MIS-C)을 앓았다. 중환자실을 오가며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케이슨은 한달여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올 1월 퇴원해 통원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케이슨이 다니는 학교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슨이 처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증상은 경미한 축에 속했다. 병원에서도 입원할 필요가 없다며 귀가 조치했을 정도다. 하지만 케이슨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졸음을 호소하며 계속 누워만 있었다.

한달쯤 지나자 케이슨의 얼굴과 손·발은 심하게 붓고 온몸이 피부발진으로 뒤덮였다. 눈은 붉게 충혈됐고 눈 주변은 까맣게 다크서클이 생겼다. 앤지는 케이슨을 데리고 지역병원에 들렀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포트워스에 있는 쿡 아동의료센터에 가서야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MIS-C)'라는 진단을 받았다.

앞서 CNN은 MIS-C에 대해 "희귀하지만 심각한 질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한 달여 지나 고열에 시달리며 심장·폐·신장·뇌·피부·눈·위장 기관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심할 경우 심장 동맥 염증을 동반한 독성 쇼크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미국에서 총 37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4404건의 MIS-C가 발병했다. MIS-C 환자의 평균연령은 9세였다.

대면 수업을 시작한 첫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문 앞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면 수업을 시작한 첫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문 앞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당국·학부모, 코로나19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앤지는 "병원에서는 '아이를 하루만 늦게 데려왔으면 깨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다"면서 "나는 MIS-C가 뭔지도 몰랐다. 정말 죽을 정도로 두려웠다"고 말했다. 케이슨은 현재 집으로 돌아왔지만, 면역력은 저하됐고 피로도와 염증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다.

학교에는 돌아가지 못했다. 케이슨이 재학 중인 와일리웨스트스쿨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지 않은 곳이다. 앤지는 "의사는 '케이슨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주변엔 온통 백신도 맞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들뿐"이라며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앤지는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이 코로나19를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의 세상이 나처럼 뒤집히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며 "자녀를 마스크 없이 학교에 보내는 것은 보호장비 없이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앤지 애보트는 ″모두가 코로나19에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마스크 없이 학교에 보내는 것은 보호장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SNS 캡처]

앤지 애보트는 ″모두가 코로나19에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마스크 없이 학교에 보내는 것은 보호장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SNS 캡처]

마스크 의무화 폐지한 곳, 어린이 환자 폭증

실제로 대면수업 시행 이후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24개주 아동 입원환자는 1만9082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7일 9661명의 2배 수준이다. CDC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0~26일 하루 평균 330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로 입원했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전역에서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는 전체 감염자의 약 15%를 차지했다. "어린이들의 신규 확진이 기하급수적"이라는 AAP의 우려가 나올 정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어린이 코로나19 환자가 플로리다·텍사스·미시시피 등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취소한 곳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의 공화당 소속의 주지사들은 마스크 의무화를 완강히 반대해왔다.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는 코로나19 확진자의 6분의 1이 12세 미만 어린이고,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6%가 어린이다. 텍사스의 경우 새 학년이 시작된 뒤 2만256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중 7488건이 교직원이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어린이 환자가 급증하면서 12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의 68%가 자녀의 예방 접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