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전 명함이 없어서, 주민등록증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첫인사부터 허를 찌르며 웃긴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코미디언 최양락(59).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몇 년이나 이 방송을 할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40년이 됐다. 30주년 인터뷰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또 10년이 지나버렸네"라며 40년을 돌아봤다.
'초코양락 아저씨 사진 찍어요'…"철딱서니 없어서 애들이 좋아하나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코미디언이 꿈이었다는 그는 스무살에 MBC 개그콘테스트 1회에서 대상을 타며 벼락같이 데뷔했다. 40년간 코미디언으로 살며 "부침이 좀 있었다"지만 2020년 시작한 JTBC ‘1호가 될 수 없어’로 “제4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내 팽현숙에게 연신 투덜거리고 무심한 듯 하다 불쑥 '스위트'한 속내를 내비치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며 '초코양락'이란 별명도 얻었다. 지난달 20∼29일 열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 폐막 무대도 '최양락 쇼'로 꾸미면서, 그의 대표코너인 '알까기'와 '남 그리고 여' 등을 갈라쇼로 펼쳐냈다.
최양락은 “전성기 때도 팬이 없었는데 팬클럽 회원 수 3만명을 넘기고, 과분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라며 "덕분에 폭넓은 연령대의 팬이 생긴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중학생들이 ‘초코 아저씨 팬이에요, 같이 사진 찍어요’ 할 땐 감동적”이라며 “아이들이 왜 저렇게 나를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내가 60살 먹은 아저씨지만 철딱서니가 없어서 코드가 맞는 거 같다. 애들이 엄마한테 혼나듯 와이프한테 혼나는 데에 동병상련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수준 높은 시청자, 전 세계인이 라이벌… 후배들 힘들겠다 싶어"
2017년 SBS ‘웃찾사’에 이어 지난해 KBS ‘개그콘서트’까지 사라지면서 현재 TV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 '코미디 빅리그'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개그맨들은 유튜브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최양락은 “요즘은 개그맨보다 더 웃긴 사람도 많고 시청자 수준도 너무 높아졌다. '니가 얼마나 웃기나 보자' 하는 시청자와의 머리싸움”이라며 “요즘 개그를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우리 때보다 더 힘들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유튜브(‘최양락의 희희양락’)를 쉽게 보고 시작했다가 고전하고 있다”며 “예전엔 개그맨 1000명만 라이벌이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인이 라이벌인 셈”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가 보는 코미디의 미래는 밝은 쪽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침은 늘 있었다. 개그맨들의 역할은 어디든 있고, 기다리다 보면 또 무대가 생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캐' 열풍 등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개그는 원래 실험적인 게 살아남는다"며 "후배들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너 자신을 알라"
고군분투한다는 유튜브에서 그는 최근 유튜버 '기우쌤'과 함께 2000년대 '단발병 퇴치 짤'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단발병 퇴치 짤'은 그가 '알까기'를 하던 시절의 단발머리 사진으로, 인터넷에서 '단발을 하고 싶다가도 이 사진을 보면 단발 생각이 사라지게 만든다'며 유명해졌다.
이후 한 방송에서 "지들이 못생겨놓고 왜 나한테 난리야"라고 일침을 놨던 그는 이번에 만든 새 단발사진과 함께 '단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묻는 질문엔 "너 자신을 알라"고 답했다.
"전유성 '너처럼 웃긴 애는 없어' 말 품고 산다"
그는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배우 꿈도 여전히 있다"고 했다. "tvN '빈센조'에서 역할도 들어왔었지만 결국은 스케줄 때문에 고사했다. 연기 욕심이 있다"고 말은 했지만, 최양락은 코미디 말고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데뷔 초 하이틴 잡지와의 '100문 100답'에서 '만약에 개그맨이 안 됐으면?' 이란 질문에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적어냈다던 평생 코미디언이다. 앞으로 50주년, 60주년의 모습을 묻자 "뭐 다른 건 재능도 없고, 그때까지 코미디언으로 일하기만 해도 대박"이라고 말했다. 삶에서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을 묻자 "100%"라고 답하며 "내가 재밌는 개그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가 "평생 마음에 품고 사는 말이 있다"고 했다. 선배 전유성이 해준 말이다. 신인 때부터 전유성이 "재밌는 개그맨 누구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최양락이지"라고 말해주는 걸 힘으로 삼았다는 그는 지난달 29일 부코페 폐막 때도 물어봤다고 했다.
"'형, 그 말이 지금 8월 29일 현재도 적용이 되나요?'라고 물으니 또 단박에 '그치, 너처럼 웃긴 애는 없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