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원전은 필수. 국민은 그런 대통령 뽑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5:13

업데이트 2021.09.02 20:53

정동욱 중앙대 교수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동욱 중앙대 교수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동욱 신임 한국원자력학회장 인터뷰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다. 이 법의 핵심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법 통과에 따라 기존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의 이름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뀐다. 당초 자문 기구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  법률로 못박은 목표치‘NDC 35%’에 대한 논란과 별도로, 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또한 논란이다. 탄중위가 내놓은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시나리오가 현 정부의 탈(脫) 원전 공약의 틀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는 온실가스 감축방안으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이 에너지 전략으로 등장하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인  원자력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 없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34대 원자력학회장으로 취임한 정동욱 중앙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중앙일보를 찾았다.

원자력이 없는 탄소중립 2050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은 특히 국토가 좁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전력을 만들어낼 만큼의 환경이 안 된다. 탄소중립의 시대에는 원자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의 목표를 수행하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 된다. 탄중위의 시나리오를 보면 중국ㆍ러시아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독일처럼 탈원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이 유럽과 같은 안정적 정치지형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기가 남아돌겠느냐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안보차원에서 갈등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전기가 끊어질 수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나라의 탄소중립 전략은 어떤가.  
미국ㆍ일본ㆍ영국 등의 탄소중립 전략에는 원자력이 핵심수단으로 들어가 있다. 특히 일본은 ‘에너지 섬’이면서 에너지 자원이 없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후쿠시마 사태의 공포가 있는 일본이지만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원자력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위험하지만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원자력을 전략에 집어 넣었다고 생각한다.  
현정부는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정책이라고 표현하는데.  
말장난이다. 그들이 말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은 탈원전과 다른 말이 아니다.  그간 국내 원자력 산업 인프라와 기술은 하나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이게 앞으로 60년 동안 이른바 선형적으로 서서히 줄어드는 게 아니다. 향후 10년 안에 원전 3기가 새로 가동되긴 하지만 기존 원전 10기가 폐로된다. 지난 4년여간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특히 석사과정은 30%, 학사도 20% 가량 줄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원자력 살리기 국민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탈원전 국정농단 공소장 낭독대회'를 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 살리기 국민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탈원전 국정농단 공소장 낭독대회'를 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형모듈원전(SMR) 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는데, 왜 지금 SMR인가
모듈형 소형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원전이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바람이 없고, 빛이 없을 때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이럴 때 SMR이 역할을 할 수 있다.  SMR은 모듈형이기 때문에 묶음으로 돼있는 여러 소형원자로 중 한두 개를 쉽게 끌 수도 있고 켤 수도 있고,  대형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게다가 SMR은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SMR이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석탄화력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탈원전 정책에서 석탄화력을 줄인다고 하는데, 이걸 모두 재생에너지만으로 메울 수는 없다. LNG도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의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있는 많은 화력발전을 SMR로 바꿀 수 있다.
탈원전 정부가 탄소중립 전략에도 빠진 SMR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나도 의아스럽긴 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기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 내에 급진적 탈원전을 주장하는 그룹도 있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그래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룹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탈원전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보니 공식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 당장 SMR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지난 7월 기공식에 들어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북 경주 감포읍 해변, 문무대왕릉에 가까운 쪽에 자리할 이 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 형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과 선박 추진용 원전 등을 실증단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난 7월 기공식에 들어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북 경주 감포읍 해변, 문무대왕릉에 가까운 쪽에 자리할 이 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 형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과 선박 추진용 원전 등을 실증단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많은 사람이 원전의 방사능 위험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위험과 안전은 다른 개념이다. 어떠한 공학적 발명도 위험하다. 그것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류의 지혜다. 예를 들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과 안전은 상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원자력의 위험과 기후변화의 위험 중 어떤 게 더 위험한 것인지 보자. 기후위기는 막지 못하면 되돌이키기 어려운 전지구적 차원의 어려움을 낳는다. 4세대 원전 중 초소형원전의 경우 현재 기술개발 단계이고, 경제성도 갖춰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 옆에 둘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선 주자들이 공약발표에 나서고 있다. 다음 정부에 바라는 정책이 있다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어젠다로 볼 때 원전은 필수라는 게 국제적인 공감대다. 에너지 정책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바라봐야 한다. 누가 정권을 잡든 정치보다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은 그런 대선주자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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