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100m 10.92초에 뛰었다…세상 가장 빠른 시각장애인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5:05

업데이트 2021.09.02 15:46

미국 시각장애인 육상선수 데이비드 브라운이 CNN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CNN 캡처

미국 시각장애인 육상선수 데이비드 브라운이 CNN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CNN 캡처

앞을 보지 못하는데 100m를 10.92초에 주파한다. 데이비드 브라운(29) 얘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각장애인이다. 2016 리우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세계 기록 보유자이며, 100m를 11초 안에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각장애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도쿄 패럴림픽에서 이 기록을 깰 선수가 나올까. 브라운의 가장 중요한 적은 그 자신이다.

도쿄 패럴림픽에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 중인 브라운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기록이 계속 경신된다는 것은 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가 시력을 잃은 건 13세였던 때였다. 당시엔 육상선수의 꿈은 언감생심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당시 한 에세이 대회에 “시력을 잃으면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었지만, 스포츠를 통해 극복했다”는 글을 냈고, 입상해 패럴림픽 관람 기회를 얻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친구들의 중계를 들으면서 육상 경기를 관람하던 중 돌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 같은 사람들도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농구부터 레슬링, 배구, 골볼(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팀 스포츠) 등 스포츠에 재질을 보였던 브라운은 미주리 맹인학교 육상팀에서 본격적으로 훈련했다.

녹내장으로 13살에 시력 잃어…“스포츠로 자살 충동 극복”

데이비드 브라운이 1일 도쿄 패럴림픽에서 가이드러너 모레이 스튜어드와 남자 T11 경기를 뛰고 있다.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브라운이 1일 도쿄 패럴림픽에서 가이드러너 모레이 스튜어드와 남자 T11 경기를 뛰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운은 생후 15개월 때 가와사키병(원인불명의 급성 혈관염) 진단을 받았고 그로 인해 녹내장을 앓은 후 13살에 시력을 잃었다. 브라운이 육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색을 구분할 정도의 시력은 남아 있었다. 그는 “달리기를 할 때 트랙을 벗어나지 않을 만큼 볼 수 있었다”며 “잠시 (시력이 남아있는)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가이드 러너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건 완전히 시력을 잃은 17살 때부터다.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에게 가이드 러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다. 육상 시각장애 등급에선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끈으로 손목을 묶고 같이 뛴다. 경기 중에 가이드 러너와는 0.5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브라운은 7년간 가이드 러너 제롬 에이버리와 함께 뛰면서 2016 리우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에이버리는 2000년과 2004년 올림픽 예선전을 마치고 2004년부터 패럴림픽 가이드 러너를 시작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언테더드’(Untethered)는 이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가이드와 뛰는 것 큰 영광…기록 단축 가능성은 무한”

데이비드 브라운이 시력을 잃기 전 어릴 때 모습. 사진 CNN 캡처

데이비드 브라운이 시력을 잃기 전 어릴 때 모습. 사진 CNN 캡처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에선 에이버리의 부상으로 함께 뛸 수 없게 됐다. 대신 새로운 가이드 러너 모레이 스튜어드와 호흡을 맞춘다. 브라운은 “가이드 러너와 함께 뛴다는 건 완성하기 어려운 예술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호흡 맞추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NPR과의 인터뷰에선 가이드 러너에 대해 “혼자 달릴 수 있으면서도 혼자 뛰지 않기로 선택한 가이드 없이는 나 같은 장애인 선수들은 홀로 경기할 수 없다”면서 “그들과 같이 뛸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쿄 패럴림픽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브라운의 세계기록 경신 여부다. 브라운은 그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누군가가 세계기록을 경신한다면 우리의 종목(T11)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스포츠의 발전”이라면서다. 그는 “우리는 이미 파리를 보고 있다”며 3년 후 파리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더욱더 빨리 달릴 수 있고, 기록을 단축할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미래를 향해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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