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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인플레’ 막 올랐다…교통 물가만 8%↑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동차로 직장을 오가는 신모(39)씨는 부쩍 오른 석유 가격을 체감한다. 신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 달 기름값 지출이 15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0만원”이라며 “출퇴근 거리가 짧아 다른 사람보단 적게 들긴 하는데, 석유 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평균 1643.0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317원)와 비교해 24.8% 올랐다. 서울 중구에 있는 S주유소는 보통 휘발유를 L당 2477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통계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됐다. 이날 통계청 ‘품목 성질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6% 올랐다. 전 품목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축산물(12.5%), 농산물(7.1%), 집세(1.6%) 등은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지출 목적별로 소비자물가를 나눠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용 휘발유ㆍ경유ㆍ액화천연가스(LPG) 값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 물가가 많이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 8.2% 상승하며 지출 목적별 부문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통 물가 상승률은 식료품ㆍ비주류 음료(5.6%),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2.9%), 음식ㆍ숙박(2.7%) 등을 크게 앞섰다.

장바구니 물가도 문제지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을 앞서 견인하고 있는 건 교통비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6%(전년 대비) 가운데 교통 물가 기여도(0.89%포인트)가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분 3분의 1 이상이 교통비 인상 때문이었단 의미다.

국제원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관련 공산품 할 것 없이 값이 오르는 중이다. 오피넷 집계 기준 1일(현지시간)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0.43달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배럴당 3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70달러대로 다시 올라섰다. 백신 보급과 주요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봉쇄 완화 등 영향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 흐름을 탔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으로가 석유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인한 4차 대유행에도 원유 수요는 늘어났으며, 더딘 항공 수요 개선에도 시장은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며 유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축산물은 날씨나 경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값이 등락하는 경우가 많다. 석유ㆍ가스 가격은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장기간 상승세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위기 회복, 백신 보급,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 등 유가를 끌어올릴 요인은 많다.

고유가는 기업 생산비용을 높이고, 이는 재화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 물가도 올린다. 과거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했던 오일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오일 인플레이션(oil inflation)=석유ㆍ가스값 상승이 석유제품, 공산품 등 전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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