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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째 2%대 물가, 더 오를 일만…‘재난지원금+추석’ 효과

중앙일보

입력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2%대를 이어가고 있다. 2%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렇게 오래 이어진 것은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연간으로 보면 9년 만에 2%대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올해 남은 기간 물가를 끌어올릴 이른바 ‘상방 요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줄곧 2% 이상 상승해왔는데, 지난달 기록한 2.6%는 5월과 7월에 이어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왜 또 올랐나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물가 상승률의 절반 이상은 먹거리와 기름값이 끌어올렸다. 통계청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공급 측면의 대표적 요인인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2.6%) 중 1.48%포인트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7.8% 올랐다. 농산물에서는 채소류 가격이 –11.5%로 하락했지만, 과실류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27.0% 상승했다.

정부가 집중 관리에 들어간 달걀 가격도 지난해보다 54.6% 비싼 상태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1.5%로 지난 4월(-0.7%) 이후 넉 달 만에 하락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에서 서서히 회복하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기름값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가격은 3.2%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20.8%, 23.5% 급등했다.

지난달에는 특히 더 커진 집세 부담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전체 집세는 1.6% 올라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월세 상승률이 0.9%로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였고, 전세도 2.2%로 2018년 1월(1.1%)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올해 물가, 연 2% 웃돌 듯

1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2.0%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전년 동월 대비 2% 이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기지 않을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1%로 수정했다.

올해 남은 기간 물가 잡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통상 추석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등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는 데다 올여름 폭염과 때늦은 가을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또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수품 공급 등으로 공급 측의 상방 요인을 억누르고는 있어 물가 급등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게다가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산업 경기가 개선 흐름을 보이지만, 대면 서비스업이 부진하고 있는 등 업종별로는 온도 차가 있다”며 “이번 재난지원금이 어떤 업종에 사용되는지에 따라 물가를 자극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와 기름값, 재난지원금과 추석 등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기조적인 고물가 흐름은 결국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한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8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올라 2017년 8월(1.8%) 이후 최대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서민 생활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성수품의 하루 평균 공급물량을 평시보다 1.4배로 늘렸다. 달걀의 경우 9월에 1억개를 수입해 공급하고 소·돼지고기 공급·수입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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