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간호사 파업' 앞두고 개 사진 올린 文…친문도 "이건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29일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29일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아지 7마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데 대해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선언으로 정부가 막판 협상을 벌이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강아지 사진은 1일 오후 7시께 등록됐다. 문 대통령은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라고 썼다. 곰이는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암컷이고, 마루는 문 대통령의 반려견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진을 올린 시간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한(2일 오전 7시)을 불과 12시간을 앞둔 시간이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강아지 사진을 올리기 4시간 전인 1일 오후 3시부터 제13차 노정 실무협의를 통해 보건의료노조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 [페이스북 캡처]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 [페이스북 캡처]

그간 '친문' 성향임을 자주 드러냈던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이 강아지 사진을 올린 시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집무를 안 보고 지금 강아지를 돌보고 텃밭 농사나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코로나 방역이 턱밑인 지금 상황에서 이런 사진이 올라오는 건 좀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씨는 "음압병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그들 없이는 아예 코로나 환자들 병상이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누가 살피기는 하는가"라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책은 그 현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버틸 만큼 버텼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지금 대통령이 이런 사진을 올릴 시기는 아니다"라며 "단 몇시간 후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정부는 단 한마디도 할 말이 없다. 어떤 한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방역 시스템은 결코 성공이라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아지들은 상근자들에게 맡기고, 문 대통령은 총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관련기사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은 개인이 아니다"라며 "개인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5000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일각에 달려있다"며 "개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개를 분양하는 게 이슈가 된다면,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지적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막판 협상에 돌입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1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2일 오전 2시10분께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공동 브리핑을 열고 총파업 철회를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