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징벌손배가 언론개혁인가…조급한 개혁 반드시 실패”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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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은 31일 여당 추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혜롭지 못한 법안”이라고 불렀다. 법안 실효성과 정무 측면에서 모두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민주당에서 이 의원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직도 맡고 있다. 그런만큼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대선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먼저 우려했다.

언론중재법을 일방 처리했을 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무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슬기로운 행동이 아니다. 국민들은 힘 자랑 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열혈 지지자들로부터 ‘다수 의석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빨리 하라’는 압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논의가 숙성되지 않고, 합리적 안도 안 나온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건 국민들이 좋게 볼리가 없다. 오만하다, 독선적이다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강행파는 숙성 기간을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이었는데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 주장이다. 야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다 반발하는 건 그 자체로 충분히 논의가 안 됐음을 증빙하는 것이다. 최소한 상대방이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쳤고 결론 단계에 이르렀다’ 수긍할 정도가 돼야한다. 일방 주도하는 쪽에서 논의를 했다고 숙성이 끝난 게 아니다.”
여당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통과에 찬성 입장이었다
“당내 열혈 지지자 의식하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경선을 앞둔 입장에서 표를 염두에 두고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고의·중과실 추정규정 굉장히 불투명”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의원은 “이 법으로 언론개혁이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본질적 문제들이 있는데 징벌적 손배제 하나에 사활을 거는 것은 매우 지혜롭지 않다”며 법안의 구체적 내용도 문제 삼았다. 법률가 출신인 이 의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이 뭐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법률상 (고의·중과실) 추정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강한 어조였다. “법률상 추정은 한쪽에 손을 완전히 들어주는 아주 예외적인 제도다. 경험칙상 A사실과 B사실의 개연성이 거의 인정될 때 입증의 곤란함을 덜어주기 위해 법률상 추정을 하는 거다. 아무 때나 입법적으로 추정을 넣으면 안 된다”고 이 의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중재법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의 구체적 문제는?
“보복적·반복적 허위·조작 보도를 추정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보복적이라는 건 법률용어도 아니고 주관적이다. 반복적이라는 건 2회냐, 3회냐. 그것 만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추정된다는 게 개연성이 없다. 연속 추적보도를 하면 반복적·보복적이라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건가. 앞으로 보도·취재에 크나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조작보도 역시 굉장히 불투명한 개념이다”
열람차단청구권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전 차단보다는 사후 삭제 개념으로 바꾸는 게 옳다고 본다. 불법 허위 보도로 결론이 나고 인격권·사생활 침해로 인정됐을 때 기사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조치하는 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같은 대륙법계에선 명예훼손도 형사 책임을 묻는다. 손해배상(민사)은 일반 법리에 따른다. 반면 영·미법계에선 인격권 침해, 명예훼손 등을 민사상 손배로만 해결한다. 우리나라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까지 범죄로 보는데, 징벌적 손배까지 하는 건 과중한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 징벌 손배를 하지 않더라도 법원 재량으로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반대 입장 같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법제화해야 피해자 구제가 두텁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이 대체로 3배인 걸 감안하면, 피해액의 5배 규정도 과하다. 변호사비용이 승소액수보다 더 큰 게 문제라면 700~1000만원 정도로 하한선을 두는 건 어떨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당내 강경파 향해 “조급한 개혁 실패한다” 쓴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언론중재법 반대 입장 때문에 이 의원은 최근 민주당 강성지지층의 문자 폭탄에도 시달렸다. 이 의원은 “하루 수백통에서 1000여 통 이상이지만, 이제 내성이 생기고 무뎌져서 충격은 덜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신 이들을 의식해 이른바 ‘개혁정치’에 드라이브를 거는 원내 강성 그룹을 향해 “지금이 아니면 어렵다는 조급증에 빠져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강경파의 조급증은 뭐가 문제인가
“조급한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지난 번엔 검찰개혁, 이번엔 언론개혁 유행 따라 가듯이 이렇게 하는 건 옳지 않다. 만주벌판에서 말 타고 다니면서 ‘내땅이다’ 소리 지르고 다니면 내 땅이 되나. 경계지표도 세우고 관리도 하고 누가 봐도 내땅이라고 인정도 하고 등기도 하고 그래야 한다. 법 하나 만들고 제도 하나 만들고 끝났다고 하는 건 단견이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정기국회 처리 주장도 나온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수사권 조정하고 공수처 생긴게 불과 지난해다. 아직 시행도 잘 안 되고 있다. 지금은 거름 주고 물 주며, 제도가 착근하는지 살펴볼 때다. 다시 뿌리를 들어서 새로 심자고 할 때가 아니다.”

이 의원은 27일 처리를 합의한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언론 및 시민단체 참여 통한 집단지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마련해서 언론 신뢰를 높이고 자유 보장하는 방안, 피해자 구제를 두텁게 하는 논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1인 미디어, 유튜브에 대한 규제는 누락돼 있는 등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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