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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도 못가진 사진, 대박!" 폴 매카트니가 극찬한 김명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명중 사진작가의 트레이드마크는 환한 웃음이다. 장진영 기자

김명중 사진작가의 트레이드마크는 환한 웃음이다. 장진영 기자

“어중이 떠중이 명중이가 찍는 게 사진이에요. 당신이 바로 사진작가입니다.”  

BTS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셀럽이 사랑하는 사진작가 김명중(49)씨의 말이다. 그는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작가 아닌 분들의 사진을 보며 질투를 느낄 때도 있을 정도”라며 “사진이라는 게 모두와의 소통의 매개가 되는 현상이 참 좋다”고 말했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가 2008년부터 전속 사진작가로 기용해온 그는 그야말로 ‘월클(월드클래스)’ 사진작가로 꼽힌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ㆍ이사장 최정화)이 이날 개최한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한 그를 따로 만났다.

스스로를 “어중이 떠중이 명중이”라고 낮추지만 사실 그는 비욘세나 빅토리아 베컴과 같은 셀럽들의 러브콜을 “바빠서 미안하다”며 거절하곤 한다고.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은 매카트니를 ‘폴 경’이라 부른 그를, 매카트니는 영문 이니셜 MJ라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매카트니를 약 1년 반 동안 못 만났지만 인연은 이어가고 있다. 다음주엔 딸 스텔라 매카트니의 50세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아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고. 그가 찍은 매카트니 사진은 http://www.mjkimpictures.com/gallery/paul-mccartney 에서 볼 수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맞아 포스터 촬영을 하고 있는 배철수 씨를 촬영하는 김 작가. [사진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맞아 포스터 촬영을 하고 있는 배철수 씨를 촬영하는 김 작가. [사진 MBC]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너무도 힘드신 분들이 많아서 조심스럽다”면서도 “나도 폴 경이 불러주지 않으면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가족 부양에 발버둥치는 평범한 중년남자일뿐이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여러 촬영 프로젝트를 두고 한 말이다.

사진작가가 사진에 찍히는 모습은 어떨까.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미리 점찍어둔 거울 앞 장소에 선 그는 피사체로서도 프로였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고 앵글을 신경쓰며 후배와 농담을 나누는 배려와 밝은 태도가 돋보였다. 그의 배려심은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매카트니에게 배운 것도 크다. 그가 풀어놓은 ‘폴 경’과의 일화 중 하나.

“언젠가 한 흑인 할아버지께서 폴 경을 보더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거에요. 경호원이 나서서 제지했죠. 폴 경이 웃으면서 경호원에게 ‘너의 일을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데, 괜찮아’라며 포즈를 취해주는 거에요. 인터뷰 장소에 가면 제일 먼저 스탭 중 막내부터 찾아서 악수를 청하고요. 제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도, 사실 바로 자를 수 있잖아요. 저를 따로 부르더니 ‘네 사진이 더 이상 나를 전율시키지 않는데 왜 그럴까’라며 기회를 한 번 더 주셨고요. 제가 더 좋은 사진가, 더 좋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죠.”  

물론 김 작가를 이렇게 만든 건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이 팔할이다. 매카트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에 초청을 받았을 때 얘기다. 백악관 경호실에서 지정해준 자리에선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동선 연구를 거듭하다 오바마와 매카트니를 마주하는 드럼에 착안했다. 드럼 사이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리모컨으로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수백장 중 오바마와 매카트니가 파안대소를 하는 사진이 나왔고, 이를 본 매카트니는 이렇게 외쳤다고.

“와우, 이거 백악관도 못 가진 거잖아? 대박(Rock’n’roll)!” 

매카트니 총애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김명중 작가가 찍은 매카트니와 오바마 당시 대통령 사진. [최정화 랑데부 유튜브 캡처]

김명중 작가가 찍은 매카트니와 오바마 당시 대통령 사진. [최정화 랑데부 유튜브 캡처]

매카트니를 소개받은 건 어떻게였을까. 시작은 미약했다. 사진작가가 꿈도 아니었다. 그는 “꿈이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어렸을 땐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다녔어요. 부모님 이혼이라는 핑계도 있었지만 그냥 친구들과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게 재미있었죠. 대학도 떨어질 줄 알고 있었기에 떨어지고 신나게 놀다가 어쩌다 영국으로 갔어요. 그러다 IMF가 와서 먹고 살려고 한 언론사에서 사진 인턴기자를 하게 됐죠. 살고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본인이 소지 중이던 카메라를 들고 즉석 포즈를 취한 김명중 작가. 장진영 기자

본인이 소지 중이던 카메라를 들고 즉석 포즈를 취한 김명중 작가. 장진영 기자

그렇게 사진기자로 경력을 쌓게 됐고, 연예 담당을 하다 스파이스걸스를 촬영하게 됐다. 기가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5명의 멤버들. “네 명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 꼭 나머지 한 명이 ‘나 이거 너무 뚱뚱하게 나왔어’라는 식이었죠. 그럼 다른 사진을 갖고 갔고요. 곧 소문이 났습니다. ‘동양에서 온 MJ라는 애가 있는데 영어도 못하는 데 스파이스걸스 멤버 5명이 그애 사진에 다 만족했대.’”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마이클 잭슨으로, 또 매카트니로 이어졌다. BTS와 매카트니를 한 자리에서 찍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화려한 셀럽만 골라 찍는다는 건 오해다. 그가 진심 아끼는 사진은 평범한 인물 사진이다. 을지로의 주물 및 금속 관련 장인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반 년을 을지로 인근 숙소에 묵고, 소주를 마시며 친분을 쌓은 게 대표적. 그는 “누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밥벌이엔 귀천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기름밥을 평생 먹어오신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젊은 관객이 호응을 해주는 걸 보며 벅찼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현재의 진화된 가족들을 선정해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제의를 했을 때도 바로 오케이했다고.

지난해 단편영화 ‘쥬시 걸’ 감독으로도 데뷔한 그는 곧 장편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는 “‘쥬시 걸’은 미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한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렇다고 반미(反美) 영화가 절대로 아니다”라며 “살인자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 여성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평범한 이들의 스토리를 파고드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꼽은 인생의 키워드 셋은 자존감과 재미, 그리고 열정이다. 이를 한데 묶는 게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디지털 시대, 얼마나 쓰레기가 넘쳐납니까. 저는 항상 생각해요. 적어도 쓰레기 작품은 만들지 말자.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사진을 찍자고요. 그리고 그 종점은 결국,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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