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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禁물 맘껏 보는 교도소, 전자발찌 살인범엔 감옥 아닌 낙원

중앙일보

입력

‘전자발찌 살인범’ 강모(56)씨가 8월 31일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동하다가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차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 살인범’ 강모(56)씨가 8월 31일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동하다가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차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그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의 강모(56·구속)씨는 재판에 넘겨져 중형 선고와 재수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데 재소자 인권 보호를 강화해온 추세 덕분에 강씨는 교도소에서 형벌과 동떨어진 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대표적으로 강씨가 성폭력 등의 범죄로 전자발찌를 찼었는데도 미성년자가 볼 수 없는 소위 19금(禁) 잡지 등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지목된다. 교도소가 이런 식이면 이미 성범죄로 20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한 강씨가 왜곡된 성 관념을 교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출소 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19禁 ‘누드스토리’ ‘스파크’ ‘발그레’ 성범죄자도 구독 가능

1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교도소·구치소에서는 모든 성인 재소자에게 ‘19금’ 출판물 구독을 허용하고 있다. ‘전체 구독가’인 ‘맥심’ 같은 잡지는 물론이고 19세 미만은 볼 수 없는 ‘누드스토리’ ‘스파크’ ‘발그레’  등의 누드 잡지나 성관계를 묘사하는 만화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범죄 등으로 들어온 재소자도 예외가 아니다.

2017년 말 이 문제가 처음 공론화되자 교정본부는 일선 교도소에 지침을 내려 성인물 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2018년 말까지 대구고법과 대구지법이 잇따라 재소자 A(강간 등 상해죄)씨가 낸 ‘불허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씨 편을 들어줘 금지 조치가 풀렸다. 유해간행물로 지정되지 않는 출판물에 대해선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는 형집행법 제47조 2항에 따른 판결이다. 19금물일지라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유해간행물로 지정하지 않으면 교정본부가 걸러낼 길이 없다는 뜻이다.

법 구멍 탓…구매대행업체가 “반입 금지하면 고소” 협박도

법원은 “재소자가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을 담는 잡지 등을 소지하면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 공익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껏 국회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 수발(구매대행)업체 관계자가 전국의 재소자들에게 택배로 19금물을 보내며 그 안에 교도관들을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를 첨부하는 사건도 일어났다고 교정본부는 밝혔다. “함부로 반입 불허하면 직권남용으로 고소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서 첨부해서 보내니까 교도관 밥 벌어 먹고 사는 데 문제없으면 X 소리하지 말고 전달 바랍니다.”(구매대행업체 A사)

‘전자발찌 살인범’ 강씨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에 교도소에 가면 다인실이 아닌 1인실에서 쾌적하게 생활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TV를 보며 라면, 과자,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다. 정기적으로 테니스 같은 운동 시간도 제공된다. 종교 활동도 보장돼 교회 등에 가서 특식도 먹는 게 가능하다. 아플 땐 약을 무료로 받는 혜택도 있다.

9월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9월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교도관이 청약통장도 대신 개설…주 52시간 징역 준수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 흐름 속에서 강씨의 내 집 마련을 위해 교도관이 청약저축 통장을 대신 만들어 줄 준비도 돼 있다.

강씨가 징역형을 복역할 경우 일을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제가 철저히 지켜질 것이다. 반면 교도관들은 인력 부족 탓에 8일에 하루 정도를 쉰다고 한다. 교도관 근무 환경보다 재소자의 수형 환경이 나은 셈이다.

강씨가 구속 심사 당시 기자들에게 발길질했을 때처럼 교도소에서 난동을 부려도 강한 제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재소자 인권 보호를 위해 사실상 포박을 할 수 없는 데다 교도관에겐 곤봉이나 테이저건 등도 제공되지 않는다.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징벌방에 데리고 온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래 방으로 되돌려 보낸다고 한다.

“강씨, 힘들게 도주보단 파라다이스 교도소 생활 택한 듯”

강씨가 범행 이틀 만에 시신들을 차에 싣고 경찰서로 와 자수를 한 것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교도관은 “강씨처럼 10대부터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든 경우 힘들게 도주할 바엔 파라다이스 같은 교도소에 들어오는 게 편하기 때문에 빨리 자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 교정 과정을 강화하지 않으면 강씨 같은 범죄자들은 출소와 강력범죄를 반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김종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전자발찌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라며 “본질은 재범방지 정책의 부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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