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프간

본색 드러낸 탈레반, 첫 고위직 여경찰 돌로 잔혹히 팼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0:54

업데이트 2021.09.02 01:01

굴라프로즈 에프테카르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굴라프로즈 에프테카르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전 세계적으로 알린 가운데 탈레반 조직원들이 경찰 고위직을 지낸 여성을 집단으로 구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및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 범죄수사 차장을 지낸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으로부터 잔혹한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굴라프로즈는 아프간에서는 처음으로 경찰 고위직에 오른 여성으로, 많은 아프간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됐다고 한다. 그는 방송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주장해 왔고,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맞서왔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굴라프로즈 또한 생존을 위해 아프간을 탈출하고자 했다. 그는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인근에서 물도 식량도 없이 닷새를 보내며 탈출 기회를 노렸다.

굴라프로즈 에프테카르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굴라프로즈 에프테카르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굴라프로즈는 외신에 “나와 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고 밝혔다. 굴라프로즈는 당시 공항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에 도움을 청했지만, 오히려 시내로 내쫓겼다고 주장했다.

굴라프로즈는 다시 한번 공항으로 이동해 탈출하려 했지만, 탈레반 조직원들이 막아섰다. 굴라프로즈는 “탈레반 조직원들은 주먹과 무기, 군화, 심지어는 돌로 나를 때렸다”며 “맞고 나선 일어설 수 없었고,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고 호소했다.

굴라프로즈는 앞서 탈레반으로부터 자신의 직업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굴라프로즈는 “탈레반은 내게 경찰에서 일해선 안 되고, 여성의 인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전했다”며 “왜 SNS에 사진을 올리는지도 물었었다. 이젠 그들이 힘을 가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여성이 일하거나 공직에 참여하고, 자유로워지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이 이슬람 체계 내에서 교육, 보건, 취업 등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 인권 탄압 사례는 언론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아프간 여성이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사살되는 일이 발생했고, 조직원들과의 결혼을 강요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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