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지털 오피니언 나는 저격한다

청년 ‘공정’ 뒤 숨은 민주노총…위원장님, 그게 공정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0:41

업데이트 2021.09.0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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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는 2030의 도발적인 문제제기 칼럼인 ‘나는 저격한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을 시작으로 매일(월~금) 한 편씩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저격’을 시작으로, 24일엔 엘리 작가가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 후보의 페미니즘 인식을 비판했습니다. 윤 후보는 이 칼럼에 직접 댓글을 달았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풍자한 래퍼 마미손의 칼럼(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통일 인식을 묻는 칼럼(26일), 보조금 지급으로 관변화하는 공연계에 일침을 가하는 최일환(크로커다일)의 신대철 저격 칼럼(27일)이 잇따라 게재됐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문제제기에 통일부는 당일 관련 브리핑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저격 칼럼’과 당사자의 반박글을 매주 목요일자에 정기 연재할 계획입니다.
양경수

양경수

양경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님께,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원청’ 노동조합 간부님들께.

저는 민주노총에서 노동을 배우고, 정의당에서 정치를 익힌 정의당 류호정 의원입니다. 화섬식품 노조선전홍보부장으로 힘써 일하던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뜻을 같이했던 수많은 선배님과 수고했던 경험이 늘 고맙습니다. 이제 갓 서른(만 29세)이 된 저의 길지 않은 이력에서 민주노총은 단순한 전직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알려준 정신적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특히 2019년 톨게이트 투쟁이 떠오릅니다. 요금수납원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연대했습니다. 보복성 탄압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지만, 일정 부분 성과를 얻었습니다.

청년 방패 삼은 노노 갈등

윤석열

윤석열

여러 곳에서 불거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은 당연히 정서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른 탓일 겁니다. 당시에도 정규직 노조의 반발은 있었습니다. 그들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이었습니다. 저는 조정이 어려운 이유를 상급 단체가 다르기 때문으로 이해했습니다. 소통의 문제라 여겼습니다. 당시에도 한국노총 소속의 정규직 노조에는 많은 청년 조합원이 있었습니다만, 한국노총은 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를 강조하기 위해 청년을 내세우진 않았습니다.

이로부터 2년 뒤, 이번에는 건강보험공단입니다. 노노(勞勞) 갈등이라는 아픈 네이밍이 난무합니다. 이번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 모두 민주노총 소속입니다. 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직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하고 당선했습니다. 실은 기득권 지키기였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는 뒤로 숨기고, 청년 조합원을 내세웠습니다. 자신들의 욕심을 지키기 위해 청년이 요구하는 ‘공정’을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노조를 주적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는 보수 정치권과 일부 경제신문은 더욱 신이 났습니다.

그것은 공정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노조’의 정신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이인영

이인영

시험 한번 잘 본 거로 평생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다른 이들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험 만능주의일 뿐입니다. 성(城)안 사람들끼리 모여 성 밖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은 공정이 아닙니다. 노동의 가치를 설득하지 않고, 당선을 위해 갈등만 조직하는 것은 민주노조의 정신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노총은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걱정스러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집회입니다. 최근 민주노총 집회로 여론이 시끄러웠습니다. 보수언론은 아마 이때다 싶었을 겁니다. 정부는 물론, 대권 주자도 가세했습니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기본권이며, 노동조합의 가장 주요한 단체행동이 집회임을 잘 압니다. 창궐하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는 민주노총을 믿고, 그 집회 탓에 수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세간의 비방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습니다. 똑같은 프로그램만 반복하는 집회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집회는 코로나19 시기가 아니더라도 종종 집회의 이유를 잘 알리지 못했습니다. 시대는 변했는데 민주노총의 집회는 변함없이, 하던 대로를 고집하기 때문일 겁니다. 당사자들은 더 많은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모였는데, 정작 집회 후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몰랐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세라는 견고한 비판 논리까지 있으니 더욱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웠습니다.

바뀐 시대, 누구를 위한 집회인가

신대철

신대철

언제나처럼 언론 탓만 하기에는 딱합니다. 개별 사업장이나 현장 조직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만 조합원의 연맹이, 오프라인에서 10만 명을 너끈히 모으는 총연맹이 왜 온라인 여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답을 찾아야 합니다. 개별의 합보다 더 크게 알리고, 더 많이 설득해야 합니다.

따뜻한 눈길보다는 눈 흘김이 익숙한 시대입니다. 저는 모든 일하는 시민의 권리, 노동권 보장이 곧 공정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정의당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끝내 연대하고, 홍보해야 해법이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는, 우리의 노동조합은 좀 더 크게 행동해야 합니다.

건보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은 우울증 평가 척도에서 응답자 85%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합니다. 이들은 비인간적인 콜 수 채우기 경쟁에 내몰려있고,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합니다. 원래는 이 업무를 원청 정규직 직원들이 수행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원청의 책임회피를 막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월 1일부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7월 23일부터 원주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8일의 단식 끝에 현재는 총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노조에서 배운 연대의 정신을 잊지 않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이 보장받는 세상을 위해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하나가 촉발한 논쟁…진영간 닫힌 문은 이렇게 열려야 한다
류호정

류호정

지난달 23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판한 ‘저격’시리즈 첫 칼럼이 나간 후 민주노총을 비롯해 범진보 진영에선 다양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미디어 매체가 기사를 쏟아냈고, 한겨레신문은 류 의원을 인터뷰하며 이 문제를 다시 다뤘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칼럼이 나간 당일 오전부터 두 칼럼니스트를 내세워 ‘저격’시리즈를 다뤘다.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미디어오늘 기고글에서 “그(류호정)는 정의당 국회의원이다. 중앙일보에 글을 써서 민주노총에 그 말을 할 만큼 소통권이 약하지 않다. 자신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방식’에 성찰을 촉구한다…그 신문(중앙일보)에 글을 쓰며 민주노총 위원장을 콕 집어 들먹이는 정의당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 얼굴 심상정이 대선 출마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연미림 민주노총 청년사업실장도 한 매체에 “류 의원이 저격해야 할 대상은 자본과 기득권 세력이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대표가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칼럼에서 말하고자 한 비판 내용에 대한 반박 대신, 민주노총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과 류 의원이 보수 매체인 중앙일보에 정기 기고자로 참여해 글을 썼다는 걸 더 문제 삼았다. 홍명교 작가는 매일노동뉴스 기고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중앙일보 연재가 진보 진영 안팎에서 논란”이라며 비판 요지를 ▶왜 중앙에 썼나 ▶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판하나 ▶글이 정확하지 않다의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류 의원의 지적은 다 맞는 말인데 중앙일보에 썼다는 것 자체로 이렇게 비난받을 일이냐는 옹호론도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노동현안에 대한 디테일한 인식 결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은 줄곧 나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류 의원이 중앙일보에 이용당했다는 식의 비판을 가한다. 한겨레신문도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이런 프레임으로 질문을 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원고 청탁하면서 민주노총 저격해달라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 신문이 뭘 어떻게 쓰라고 강요하고 그런 거 없다”(※지면엔 이 부분이 빠져있다)고 밝혔다.

내 편 말고는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류 의원 칼럼에 달린 댓글을 보면 희망도 보인다. 아이디 ysher**은 “류호정 의원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민주노총의 집회방식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썼다. 이 칼럼을 계기로 건전한 토론을 이어가자는 글도 SNS에 보인다. “우리 편 저격했다고 류 의원을 공격하는 토론 말고, 던진 주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 류 의원은 공을 던지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공을 받아서 주고받기를 만들어야 한다. 진영주의로 똘똘 뭉쳐있으면, 경합이 일어날 수 없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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