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월드컵대교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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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세계적인 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7월 미국 NBC의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쇼)’에 출연했다. 히트곡인 ‘버터(Butter)’ 라이브 공연을 펼쳤는데, 배경이 눈길을 끌었다. BTS는 어둑한 밤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한강 다리 위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이 모습을 본 전 세계 아미(BTS 팬덤)들은 “저 아름다운 다리가 어디냐”라며 주목했다.

BTS로 유명해진 이 다리는 1일 개통한 월드컵대교다. 한강의 31번째 다리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증산로와 영등포구 양평동 서부간선도로를 연결한다. 길이 1980m, 왕복 6차로(너비 31.4m)로 만들어졌다.

다리 한가운데는 남쪽으로 기운(경사각 78도) 주탑이 100m 높이로 우뚝 서 있다. 한강 다리 중 가장 높다. 비대칭 주탑 양쪽으로 11개의 케이블이 연결돼 다리를 지탱한다. 주탑 아래 가장 긴 교각 간 거리는 225m에 달한다. 한강 다리 중 가장 넓다. 크루즈선도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월드컵대교가 최고(높이)와 최대(교각 거리) 기록만 가진 것은 아니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1년, 최장 공사 기간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취임 후 예산이 삭감되면서 공정이 더뎌졌다. 지난 29일 현장을 찾은 오 시장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했다.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여곡절 끝에 개통된 월드컵대교는 인근 교통 체증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일평균 15만대 차량이 오가는 성산대교의 교통량이 상당 부분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료도로(편도 2500원)인 서부간선지하도로까지 동시 개통하면서 분산 효과가 커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 부분은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월드컵대교 개통의 순기능은 따로 있을 것 같다. 10년 넘게 을씨년스럽게 한강에 떠 있던 미완성 다리를 더는 보지 않게 됐다. 근처를 지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아예 공사가 중단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해소됐다. 누가 알았을까. 다리 하나 짓는 데 강산이 바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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