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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강남 집값 오른 게 언론 탓”이라니 제정신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토연구원이 1일 집값 폭등이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 및 주택 단지.[뉴스1]

국토연구원이 1일 집값 폭등이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 및 주택 단지.[뉴스1]

국토연, 엉터리 가설로 언론에 책임 전가

원장이 김수현 사단 … 정책실패 사과부터

이런 언어도단이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어제 ‘주택 거래가격 결정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라는 보고서와 보도자료에서 “강남 집값이 오른 건 언론 때문”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다. 국토연구원은 주택의 평균가격, 최고가격, 전체 거래 건수 등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 건수가 집값 상승 기대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택의 최고가격 변화와 최고가격 경신을 다룬 언론 보도의 증가가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경향은 서울에서 2017년 이후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언론 보도 등 정보의 영향 역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언론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해당 보고서는 연구의 시작부터 집값 상승의 원인을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가설에 꿰맞춰 풀어가고 있다. 가격 상승과 언론 보도의 시점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서로 간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갖고 그들이 원하는, 그러나 잘못된 결론을 만들어냈다. 정부 정책이나 금리 등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아예 빼놓고 연구했다. 국토연구원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라는 기본적인 통계분석의 정의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고, 결국 시간이 지나 언젠가 비가 내렸다고 해서 기우제 때문에 비가 내렸다고 할 수 있나.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26차례의 누더기 부동산 대책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지 않나. 정부의 실책은 인정하지 않고,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암울한 시장 상황을 보도해 온 언론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국토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사단의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이란 점을 주목한다. 강 원장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이 주축으로, 진보를 표방하는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학회장을 이어받았다. LH 사태로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난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 역시 이 학회의 핵심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국책연구기관의 곡학아세(曲學阿世) 연구를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언론 탓으로 몰고 가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김수현 사단은 부동산 폭등으로 좌절하는 국민, 특히 꿈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사과하고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에 대한 성찰부터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