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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지방대’는 경우에 따라선 차별적 표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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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어느 재판에서 판사가 한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증인에게 “서울 소재 명문대 총장의 표창장과 ○○대 같은 지방대의 표창장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있었나요?”라고 물었다.

여기에서 ‘○○대 같은 지방대’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물론 질문의 전체적 취지와 맥락을 따져보면 크게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일부에선 지방대를 낮추어 보는 인식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간혹 언론에서 ‘지방대 교수 논문 국제 학술지 표지 장식’과 같은 제목을 볼 수 있다. 좋은 의미로 지방대란 말을 붙였으리라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선 그렇지 않게 느낄 수도 있다. 지방대 교수 가운데 의외로 이런 사람이 있다는 식의 표현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 대신 ‘○○대 교수’라고 학교 이름을 넣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지방대생이 △△에 합격’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지방대학에도 실력 있고 능력 있는 학생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지방대생이라는 것을 내세워야 할 필요성이 없다. 이런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지방대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자 45%가 지방대생’처럼 단순 구분으로 ‘지방대생’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지방 사람이 어떻게 그걸 다 아느냐”와 같이 ‘지방 사람’ ‘지방 도시’ ‘지방 문화’ ‘지방민’ 등 기타 ‘지방’이 들어간 말도 경우에 따라선 차별적 표현이 될 수 있다. 비슷한 뜻인 ‘시골’도 그렇다. 만약 ‘시골 사람’이 도시 사람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무언가 뒤떨어지고 부족한 사람이란 의미를 품고 쓰인다면 이 역시 차별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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