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군사·외교 대전환 예고 “우리는 지상전 필요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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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미국은 앞으로 중국·러시아와의 경쟁과 사이버 공격, 핵확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미국은 앞으로 중국·러시아와의 경쟁과 사이버 공격, 핵확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UPI=연합뉴스]

“옳은 결정이고,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미국을 위한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자신의 결정을 강한 어조로 옹호하며, 17일간 12만 명을 수송한 대피 작전을 “대단한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백악관에서 “아프간 전쟁은 이제 끝났다”고 종전을 선언한 자리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과 외교관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24시간 만에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서서 26분간 연설했다.

혼란을 야기한 자신의 선택은 불가피했고,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은 “나는 이 영원한 전쟁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 영원한 퇴장 역시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며 철군을 정당화했다. 테러로 미군 13명이 목숨을 잃고, 미국인 100~200명을 남겨두고 철수한 데 대한 비판에는 “더 나은 철군 방법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때로는 격앙된 듯 목소리를 높였고, 손가락으로 연단을 소리 내 두드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국민의 중요한 국익에 기여하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 외에 아프간에 중대한 이익은 없다”면서 전쟁은 10년 전에 끝났어야 했다고도 했다.

그는 “나는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 네 번째 대통령”이라며 “지난 대선 때 이걸 끝내기로 약속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 솔직해질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아프간에서 더 이상 기약 없는 임무에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바이든은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미국의 전략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여러 방면에서 도전 과제를 다루고 있다. 사이버 공격과 핵확산에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군으로 새로 확보하게 되는 자원을 중국과 전략적 경쟁이 벌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입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간 발이 묶이는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경쟁에 있어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은 아프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외교 정책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외교 정책과 미군 작전 양상이 달라질 것을 시사했다. 군사기술 덕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고, 적진에 발을 딛지 않고도 대테러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상전을 할 필요가 없다. ‘오버 더 호라이즌(드론 등 무인기 이용)’ 공격으로 미군이 그 땅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군 수천 명을 파병하고, 수십억 달러를 쓰는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말했지만, 야당인 공화당과 친정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혼돈과 유혈 사태로 퇴각한 것은 미국에 수치심을 주고 적에게는 자신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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