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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서울 집값 오른 건 언론 탓”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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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1일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택거래가격 결정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라는 내부 연구를 요약한 것으로, 언론 보도가 주택 매수심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테면 특정 단지 내 ‘최고 거래가 경신’을 다룬 언론 보도가 늘어날수록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났고,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사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정책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집값 상승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한 것이다.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토연구원 연구는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평균 가격, 최고 가격, 최고 가격의 경신 여부, 전체 거래 건수, 최고 가격 경신 관련 언론의 보도 건수 등이 집값 상승 관련 기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이후 서울에서는 최고가 경신과 이를 다룬 언론 보도가 늘어났고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017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다.

집값 폭등 원인 언론 탓한 국토연구원…정부 정책·금리 등 변수는 쏙 빼고 연구

강현수

강현수

국토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언론 보도가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은 “전국적으로는 영향이 별로 없었지만 서울에서는 과거보다 비싸게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언론 보도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정부 정책, 금리 등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 주요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변수를 너무 많이 넣으면 분석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 정책 영향까지 분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파트 거래량·가격과 언론 보도만을 놓고 단순 비교한 연구로 신뢰도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는 최고가 거래가 발생한 이후에 나오는 것으로, 최고가의 원인은 될 수 없는 ‘후행 변수’”라며 “집값 상승및 기대심리와 관련해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은데 그런 것을 모두 무시한 이런 단순 비교는 시장 참여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금리 등 다른 변수를 함께 넣고 분석해 언론 보도라는 변수가 살아남으면 그나마 의미가 있겠지만, 이것만 골라보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남 집값이 오른 것은 정부의 각종 규제로 ‘똘똘한 한 채’로 몰린 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토연구원의 강현수 원장은 이른바 ‘김수현 사단’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 그리고 강 원장은 1980년대 후반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같은 연구실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을 공부했다. 모두 한국공간환경학회(공환) 소속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헨리 조지를 신봉하는 모임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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