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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고 입히고…부모가 일상을 버티기만 해도 애들은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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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신의진(왼쪽)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의 육아 조언은 매주 화요일 영상과 기사로 제공된다. 중앙포토

신의진(왼쪽)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의 육아 조언은 매주 화요일 영상과 기사로 제공된다. 중앙포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의사인 엄마는 단박에 알아챘다. 틱 장애였다. 답답함이 몰려왔다. 왜 큰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은 레지던트 1년 차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먹고 잘 시간도 없이 살았다. ‘아, 내가 너무 굶었다, 임신 초기에 굶으면 뇌 발달에 안 좋은데….’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신의진(57)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아이의 '다름’을 발견한 순간 자신을 탓했다. 틱 장애는 도파민 시스템 이상이라는 의학지식은 알았지만, 내 자식의 이야기가 되니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를 알아야 했다. 그때부터 신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첫 촬영을 한 지난 7월 12일. 신 교수를 만났다. 두 아들의 엄마, 소아정신과 교수, 전직 국회의원….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지만, 신 교수도 여느 대한민국 엄마처럼 두 아들을 낳으면서 삶이 크게 변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저처럼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부모가 한둘이겠느냐”며 “부모님들이 너무 주관적으로 ‘우리 애만 왜 이럴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나는 이 정도밖에 못 하는 부모일까’ 혹은 ‘우리 아이만 왜 말을 못하지’라고 여기기보다, ‘내가 지금 하는 육아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일 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아이와 함께 진료실을 두드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면 수업, 외출 제한처럼 아이들의 삶이 180도 달라졌고, 부모도 걱정과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 부모들이 이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신 교수는 딱 한 마디를 내놨다. “버티라.”

신 교수는 “이 땅에 많은 부모님이 지금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다. 눈앞이 안 보일 때, 부모님들이 잘 버텨야 한다”고 했다. 억척 부모가 되란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설명은 이렇다. “매일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숙제를 시키는 반복되는 순간들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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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부모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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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지 않은 쌍둥이 형제 사연에 신 교수는 “세돌 이전에 형성되는 애착 관계를 짚어보자”고 조언했다. 부모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어서 연약한 아이를 본능적으로 더 많이 돌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애착 관계 형성 시기에 들어선 분노나 비교 같은 무의식에 쌓인 마음이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에 맞게 다른 육아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목욕 후 벗고 나오는 초등학생 남매를 둔 부모 상담 사연엔 ‘경계 교육’의 필요성을 전했다. 나의 소중한 부분을 타인에게 보여주거나 만지지 못 하게 하는 성교육의 시작은 ‘경계’를 인식시키는 데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또 성교육은 사춘기가 시작될 때 하는 것이 아닌, 만 5~6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도 보탰다.

또 비대면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밤늦게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이로 인해 걱정하는 부모에겐 다양한 조언도 남겼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줄 땐 사용 시간과 제한을 아이가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써보라는 것이다. 또 부모와 함께 하는 운동처럼 게임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충분히 IT기기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전했다.

신의진 교수가 전하는 육아의 팁

1. 영화 한 편보다 보드게임 하라. 감정 교류부터 아이 교육이 시작된다.
2. 화가 날 땐 감정일기를 쓰라. 부모의 감정 상태를 아는 것이 먼저다.
3. 스마트폰을 줄 땐 아이와 사용 계약서를 써보라.
4. 성교육은 만 5~6세부터 ‘경계 교육’을 통해 알려주라.
5. 식습관 교육을 위해선 가족이 함께 식단을 짜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