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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아프간 이후 전략..미군 재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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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바이든 대통령이 31일 백악관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확신에 찬 어투로 아프간 철수를 '대단한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31일 백악관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확신에 찬 어투로 아프간 철수를 '대단한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중국과 경쟁위해 아프간 철군'

중국봉쇄용 한반도미군 재배치 할듯

1.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마무리한 8월31일(미국시간) 바이든 대통령이‘아프간 교훈’에 따른 ‘외교안보전략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바이든은 백악관에서 ‘20년 전쟁’을 끝내는 입장을 설명하는 대국민연설을 했습니다. 아프간 철수결정은 특정지역에서의 종전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큰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배운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명백하게 달성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남의 나라에 개입할 경우) 미국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3. 결국은 같은 얘기입니다.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9ㆍ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 섬멸, 보다 구체적으론 오사마 빈 라덴 제거가 명백한 목표였습니다. 이 목표는 이미 10년전 달성됐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철군 대신 ‘국가형성’이란 새 목표를 세웠습니다. 친미 국가를 세우면 추후 테러가능성까지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그 바람에 10년을 더 허비했습니다. 이익보다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앞으로 ‘국가형성 미션은 안하겠다’는 선언입니다.

4. 바이든은 아프간 이후를 ‘새로운 시대(New Era)’로 엄숙히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란..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라이벌 강국과의 새로운 경쟁’이 당면과제란 의미입니다. 새로운 경쟁이란 지상군 전투부대 위주의 전쟁이 아니라..IT를 이용한 사이버전쟁, 무인드론을 이용한 공중전, 우주경쟁과 핵무기의 다변화 등 첨단전쟁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기위해 아프간과 같은 수렁에서 지상군을 빨리 건져내야했다..는 철군론입니다.

5. 바이든의 선언은 여러모로 한국입장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아프간 철군을 시작할 당시 바이든은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군이 죽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군이 주둔하는 여러나라가 놀랐습니다. 바이든은‘한국은 아프간과 다르다’며 미군철수를 부인했습니다만..31일 연설은 변화의 가능성을 다시 보인 셈입니다.

6. 한국이 아프간과 다른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이점은 ‘중국봉쇄 최전선’이란 점이겠죠.
바이든이 선언했듯..새로운 시대 미국의 최대위협은 중국입니다. 따라서 남한에 밀집된 지상군을 새로운 전략에 따라 재배치, 혹은 일부 감축할 수는 있지만, 주한미군 무력의 약화는 미국도 쉽게 선택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7. 한국이 아프간과 다른 또 하나의 포인트는..미국이 국가형성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란 사실..그리고 미국인들이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을 보는 시각이 좌우로 천차만별이지만..적어도 해방 이후 한국의 국가형성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8. 물론 공짜는 없습니다. 미국이 70여년 남한에 공을 들인 것도..냉전시대부터 전략적 효용성이 높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아프간도 전략적 효용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문제는..바이든이 고백했듯..비용에 비해 효용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미국이 국가형성을 도모했다가 실패했던 베트남, 이란, 이라크 등이 모두 그랬습니다.

9. 한국만 유독 효용성이 높고, 성공한 이유는..결국 한국 사람이 달랐기 때문일 겁니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본 식민지 경험. 일본은 서방을 동경한 군국주의였다. 한국인들은 서방국가에 의한 식민경험도 없었기에 서방(미국)에 호의적이었다. 동시에 박정희 정권과 같은 권위주의 통치가 통했다.

둘째, 전쟁의 경험. 미군은 자유와 민주의 수호자로 인식됐다.

10. 식민과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사라지고 있지만..역사적 경험인지라 아직 우리사회엔 이런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프간 전쟁에서 보았듯이..미국이 시작하면 개전이고, 그만두면 종전입니다. 참전동맹들도 같이 시작하고, 따라 철수하는게 현실입니다. 이제 미국이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으니..우리도 서둘러 적응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