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이 당 경선에 개입해선 안 된다.”(윤석열 캠프 장제원 총괄실장)
“우리끼리 잔치하고 정권교체는 물 건너가는 경선 자체가 한심하다.”(유승민 캠프 오신환 상황실장)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경선 룰에 대한 후보별 의견 수렴에 나선 1일 각 후보 캠프는 “경선 조작”이라거나 “헛소리” 같은 말을 주고 받으며 격하게 충돌했다.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도입(범여권 지지층은 여론조사에서 배제) 등 경선 룰을 이미 정해놨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회의 공개발언에서 “어떤 안도 성안되거나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 주자로 ‘윤석열·최재형·김동연’을 거론한 것이 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선 “‘현 정부 고위직 출신 중에서’로 한정해 묻기에 그렇게 답한 것”이라 했고, 지난달 윤 전 총장을 따로 만난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에는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먼저 ‘역선택 방지조항’에 찬성하는 후보(윤석열·최재형·황교안 캠프 등)측을 불러 간담회를 했다. 이후 윤 전 총장 측 장제원 캠프 총괄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당내 대결에서 두 자릿수 지지를 받는 분(홍준표·유승민 등)이 여야 양자 대결이나 민주당 후보와의 다자대결에선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조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하게 하는 건 정권교체 열망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재형 캠프 박대출 전략총괄본부장도 “최근 여론조사 수치는 경선 조작까지 의심될 지경”이라며 “역선택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깨문’(문재인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에게 우리 운명 맡길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따로 기자들에게 “지금의 여론조사는 (여권 지지자들이) 손쉬운 야권 후보를 선택하도록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관위는 이어 ‘역선택 방지조항’에 반대하는 주자 측(박진·박찬주·안상수·유승민·장기표·장성민·하태경·홍준표 캠프) 의견을 들었다. 유승민 캠프의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은 기자들에게 “역선택 방지 조항에 반대하는 후보가 8명이다. 또 지금껏 그런 조항을 넣은 적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를 강행한다면 결국 경선은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바른정당 대선 경선 때 유승민 당시 후보가 역선택 방지를 주장했다"는 주장(박대출)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헛소리한 것”이라고 얼굴을 붉혔다. 홍준표 의원도 “상식에 어긋나는 반쪽 국민 여론조사 도입 시도는 그만 두라”(페이스북)고 가세했다.
유 전 의원은 한국노총을 방문한 뒤 ‘선관위 내부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저는 경선준비위 안(案)에서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고 했다. 변칙적인 절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경선준비위가 당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은 넣지 않기로 한 것을 ‘원안’으로 보고, 이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홍원 위원장은 “경선준비위는 선관위가 출범하면 일을 수월하게 하도록 온갖 안(案)을 만들고 자료 수집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선관위가 (경준위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말도 맞지만, 당 최고위가 경준위 안을 보고 받고 추인한 게 맞다"고 다른 말을 했다.
이날 첫 회의를 마친 선관위는 6일 경선룰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 “선관위가 발표 하루 전인 5일 후보 전원을 불러 경선 승복을 서약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설문에 '정권 교체에 찬성하는가'라는 것을 넣는 방안 등도 중재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