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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흉악범’ 늘어나는데…“인력 부족에 업무기피 만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56)씨 사건과 관련해 1일 전자감독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전남 장흥에선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2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마창진(50)씨를 이날 긴급 공개수배하는 등 ‘전자발찌 흉악범’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전자발찌 개선 및 인력 증원 등 당·정이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형성하겠다”(박완주 정책위의장)고 약속한 데 이어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를 찾아 현실을 좀 말씀드리고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호소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전자감독제도와 관련해 "국회를 찾아 예산과 인력을 호소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전자감독제도와 관련해 "국회를 찾아 예산과 인력을 호소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1

성폭력·유괴·살인·강도 이외 일반사범 추가…현 부착자 4866명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에 대한 감독 인력 부족은 2008년 전자감독 제도가 생긴 뒤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다. 2008년 성폭력사범의 재범 방지 목적으로 전자장치부착법이 제정·시행된 뒤 지난해까지 12차례 개정되는 동안 전자장치 부착 대상은 점점 늘었다. 2009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2010년 살인범죄, 2014년 강도범죄가 전자장치 부착 대상 범죄에 하나씩 추가됐다.

지난해엔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주는 전자보석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4대 강력사범 외 일반사범에 대해서도 가석방 때 보호관찰 준수사항 이행 여부 확인 등을 위해 필요에 따라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19년 3111명이던 전자감독 대상자 수가 지난해 4052건으로 30.2%나 증가했다.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가석방된 일반사범이 지난해 817명이었다. 올해는 더 심하다. 지난 7월 말까지 전자감독 대상 일반사범이 1493명으로 늘면서 총 대상자 수가 4866명에 이른다.

전자발찌 도입 이후 주요 통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자발찌 도입 이후 주요 통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감독인력 1인당 17.3명 관리…“과중한 부담 기피풍조 만연”

전국 보호관찰소에서 이들을 실시간 관리하는 전자감독 인력은 7월 말 기준 300명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237명에서 순차적으로 101명을 늘려 올 연말 총 338명까지 충원한다는 계획이지만, 감독 대상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여전히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보호관찰관 300명이 4866명의 전자감독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데, 일대일 관리(19명)를 제외한 1인당 관리 인원은 17.3명이다. 2017년 인력 21명을 충원해 1인당 관리 인원을 19.1명에서 18.4명까지 떨어뜨렸지만, 대상자가 덩달아 늘면서 2018년 19.3명으로 복귀했다. 2019년 인력 75명을 새롭게 뽑아 다시 13.6명으로 감소시켰으나, 일반사범이 대상자에 포함되며 19.1명으로 돌아왔다.

법무부는 올해 전자감독 관련 예산을 지난해 대비 18.9% 증가한 222억1500만원까지 확보했지만, 여기엔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매년 전체 행정부 공무원 수를 놓고 인건비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자체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강력범죄가 발생하거나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재범 발생 시 국회에선 전자장치 부착 강화 법안이 쏟아지지만, 정작 전자감독 인력 충원에 필요한 비용 추계는 “대상자 증감을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생략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자발찌 견고성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자발찌 견고성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인력만 대폭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무부처야 인력이 늘면 좋겠지만, 전자장치를 더 단단한 것으로 바꾸는 대책만으론 대상자와 관리자가 모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호관찰 업무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도 “밤낮으로 대상자 사고 가능성을 안고 살다보니 과중한 부담감에 전자감독 업무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근본적으로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해선 필요한 인지행동·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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