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역대급' 집값 급등에 몸살…Fed 향한 긴축 압력 커지나

중앙일보

입력 2021.09.01 17:56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매끄럽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이 하나 더 떨어졌다. 멈추지 않는 집값 급등세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석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임대료도 치솟으면서 주거 대란 조짐까지 보인다. 집값 불안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대표 주택가격지표인 S&P 케이스-실러 6월 전국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1년 전보다 18.6% 상승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1년 만에 약 19% 올랐다는 의미다. 상승률은 지난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후 석 달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29.3%)가 상승률 1위였고 샌디에이고(27.1%), 시애틀(25.0%), 샌프란시스코(21.9%) 등에서도 20% 이상 올랐다.

석달째 최고 상승률 경신한 미국 집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석달째 최고 상승률 경신한 미국 집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집값을 띄워 올리는 건 급증한 주택 수요, 그리고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심지를 피해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여기다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0~0.25%)와 역대 최저 수준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지기) 금리(2.9%대)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건축자재난, 인력난에 주택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에 판매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에 판매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AFP=연합뉴스]

임대료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 주택임대 앱 아파트먼트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8일까지 미국 내 중위 주택의 임대료는 11.4% 올랐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상승률(3.3%)보다 4배 가까이 높다.

미국 잠정주택판매지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잠정주택판매지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거 대란 우려도 현실화하는 조짐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할 수 없도록 하는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7월로 종료된 이 조치를 10월로 연장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며 중단시킨 상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약 75만 가구가 강제 퇴거를 당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에서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 중단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에서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 중단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도 공급 확대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저렴한 주택과 임대주택 건설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을 이르면 1일(현지시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책에는 지역개발금융기관(CDFI) 보조금을 확대해 건설비용 부담을 줄이고, 국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임대 아파트 투자를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에게 연방주택국 보증 부동산을 우선 구입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매튜 가드너 윈더미어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당장 대규모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 주택시장이 올해 안에 균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집값에 Fed를 향한 테이퍼링 조기 실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ed가 매달 400억 달러의 주택유동화증권(MBS)을 사들이는 '양적완화'가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미 CNBC 방송은 “Fed가 MBS 매입을 줄이면 모기지 금리가 올라 집값 상승세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이 조치가 단기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