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전달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잇달아 신용대출 한도 제한 방침을 밝히자 막판에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급증하는 등 '패닉 대출' 현상도 빚어졌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149억원으로 전달 보다 3조506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조5068억원 증가했는데, 7월 증가 폭(6조2009억원)에 비해선 속도가 줄었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신용대출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42억원으로 전월보다 11억8000만원 늘어나 직전 증가 폭(1조8636억원)에 비해 증가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7월에는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등의 공모주 청약에 맞춰 일시적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했는데, 8월 중 청약증거금이 환불돼 상환된 영향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493조4148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311억원 증가했다. 7월 증가액(3조823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증가세 다시 꺾인 신용대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의 영향은 이달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부터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다른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고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이달부터 한도를 줄였고 우리은행은 다음 달 중 한도를 조정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한도 축소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잇따른 대출규제에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가수요도 폭증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3~27일 마이너스 통장 개설 건수는 1만1274건으로 집계됐다. 8월 첫째 주(2~6일) 개설 건수(6363건)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달 30, 31일 이틀 동안에만 시중은행에서는 5329개의 마이너스 통장이 새로 개설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의 보도가 잇따르며 8월 말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크게 늘어났다"며 "31일의 경우 일일 개설 건수로는 올해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