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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실명 저격 당한 윤영찬 "손바닥으로 달 못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윗쪽)가 이낙연 전 대표(아래)를 지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윗쪽)가 이낙연 전 대표(아래)를 지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무료변론’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형로펌들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오랜 기간 변호를 했다. 1개의 로펌당 최소한 수억 원이 들어간다”며 “(이 지사가) 수임료를 줬으니 그 비용이 얼마인지 밝히면 되는 아주 단순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이 지사의 재판 수임료와 관련해 ▶무료 변론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재산 상승에 따른 대납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재판 전후 명목 재산은 1억3000만원, 주택평가액을 제외한 실제 재산은 3억원이 줄었다”라고 대납 의혹을 직접 부인했다. 이어 윤 의원 이름을 거론하며 “저를 공격하려고,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인간적 도의에 반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선 과정에서 같은 당 의원을 후보가 나서서 직격하는 경우나,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처음 봤다”며 “오히려 직격을 당하니 관련 의혹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산이 줄었다는 이 지사 해명은 ‘달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손바닥으로 딱 가려놓고 ‘이게 달이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순회경선 앞두고 총력전 나선 이낙연 캠프

이 전 대표 캠프는 무료변론 의혹을 전면전으로 키우려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설훈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성실하고 정확하게 소명하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했을 때 보수야당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의혹에 답하면 끝날 일인데 그렇게 화낼 일인가. 길 물어보는데 뺨 때린 격”(김효은 이낙연 캠프 대변인)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이 전 대표 캠프가 총력전을 펴는 건 9월 4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순회 경선이 시작되면서 초반 기선 제압 싸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일반국민 70여만명이 참여하는 1차 선거인단 투표(8~12일)에도 영향을 미치다 보니 “본선 후보로서 이 지사의 리스크를 드러내려는 것”(이 전 대표 측 인사)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전 대표 본인은 말을 삼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질의에 “이 자리는 그런 전쟁을 이어가기에 적절한 자리가 아니다. 답변을 자제하겠다”라고만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봉하마을에서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오늘 이 자리는 현안에 관해 공방을 이어가는 자리로는 부적절하다”라고 말했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이 1일 자신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설훈 민주당 의원이 1일 자신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 전 대표 측 핵심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직접 의혹을 제기하면 오히려 이 지사 측이 더 강하게 반응하며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다”며 “후보는 말을 아끼고 의원단이 의혹을 지피는 ‘투 트랙’ 전략을 당분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직접 제기한 ‘백제 발언’ 논란 등이 되레 지지율 하락을 가져온 이유도 있다.

고발 검토하는 이재명…“‘이재명 독하다’ 이미지만” 신중론도

지난달 3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네거티브를 넘어선 낙선 목적의 고의적 허위사실 공표행위로서 중대범죄”라며 이 전 대표의 사과까지 요구한 이 지사 측은 1일엔 입장 표명을 삼갔다. 이 지사 측 인사는 “내부에선 ‘이 전 대표 캠프가 도를 넘었다’며 격앙된 분위기”라면서도 “윤 의원에 대한 고발은 당장은 하지 않고 이 전 대표 측의 공격 수위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 측은 당내 의원과의 법적 공방까지 나아갈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지사를 돕는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법적 대응으로 받아치면 ‘이재명은 독하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선 후보 결정 이후 ‘원팀’ 기조를 위해서 고발을 삼가는 측면도 있다.

다만 윤 의원을 공개 저격했던 이 지사가 또다시 직접 나서서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무료변론 논란에 대한 대응은 이 지사가 주도하고 주변 의원들은 만류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의 심경에 따라 얼마든지 사안이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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