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위례선 트램 또 유찰…"가격 너무 낮다" 입찰 신청 '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례신도시를 종단하게 될 경전철 트램의 차량 구매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1일에도 입찰 참가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2024년 개통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 트램 한 편성 당 39억 책정 #국내 업계 "45억~50억 돼야 가능" #연이은 유찰에 2024년 완공도 흔들

 1일 조달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위례선 트램 차량 10편성 구매 입찰'공고에 대해 개찰을 시행했지만 입찰을 신청한 곳이 하나도  없어 유찰됐다. 앞서 지난달 19일 진행된 개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위례선 트램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시작으로 8호선ㆍ분당선 복정역까지 10개의 정거장을 연결하는 본선(4.7㎞)과 2개의 정거장을 잇는 지선(0.7㎞)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에선 본격 추진되는 첫 트램으로 2024년 개통이 목표이며, 총 사업비는 2600억원이다. 차량은 5 모듈(량) 한 편성으로 모두 10편성을 구매할 예정으로 배정된 예산은 386억원이다. 한 편성 당 39억원이 조금 못 되는 수준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개찰 결과. [나라장터 캡처]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개찰 결과. [나라장터 캡처]

 철도업계에서는 입찰공고에 제시된 차량 가격이 너무 낮은 탓에 국내 업체들이 모두 입찰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앞서 입찰이 이뤄졌던 부산 오륙도선 트램의 낙찰가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경성대/부경대역~이기대 어귀 삼거리를 잇는 오륙도선 트램은 5 모듈 5편성으로 196억원에 다원시스에 낙찰됐다. 편성당 39억원가량이다.

 그러나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다원시스 등 국내 철도차량 제작업체들은 예정 가격이 너무 낮아 도저히 입찰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초기 개발·설비 투자비를 포함해 편성당 45억~50억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아직 트램을 제작할 기술과 설비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차량구매 가격을 책정할 때 이런 상황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참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오륙도선 트램이 지나치게 저가에 낙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륙도선 실증노선의 트램 조감도. [제공 부산시]

오륙도선 실증노선의 트램 조감도. [제공 부산시]

 서울시와 조달청은 조만간 재입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차량 가격 등 입찰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업체들이 참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외국업체가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중국의 유명 철도차량업체인CRRC 대련이 입찰 의사를 밝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 정부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입찰자격을 얻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태론 자칫 2024년 개통 목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저가 입찰만 고수한다면 국내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