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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美종군기자에 날린 1500만원…로맨스 스캠 최근 수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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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중앙포토

로맨스 스캠. 중앙포토

50대 한국 여성 A씨는 3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국인 남성 B씨를 알게 됐다. 당시 B씨는 미국의 한 유력매체 소속으로 오만에서 종군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어와 어눌한 한국어를 섞어 쓰는 그와 친분을 쌓게 된 A씨는 뜻밖의 요청을 받았다. “퇴직 후 한국에서 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리 금괴를 보낼 테니 보관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온라인으로만 만난 사이였지만, 메신저로 B씨 자택이 수령지로 적힌 운송장을 본 터라 A씨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B씨는 갑자기 1500만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세관 여행자 통관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였다. 사례금을 기대한 A씨는 돈을 보냈다. 뒤어어 1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세관에 연락한 뒤에야 B씨의 모든 행동이 거짓이며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로맨스 스캠. 중앙포토

로맨스 스캠. 중앙포토

관세나 통관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받는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세관 여행자 통관 부서로 세관에 압류된 물품이 맞는지 묻는 민원이 60여건 접수됐다. 세관 조사결과 이런 민원 대부분은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피해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맨스 스캠은 SNS 등으로 호감을 드러내 신뢰를 쌓은 뒤 여러 이유를 대며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사기 범죄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몇 달씩 신뢰관계를 쌓은 뒤 사기를 저지르는 게 특징이다.

로맨스 스캠 범죄는 세관통관 과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주로 노린다. 해외에서 국내로 물품을 발송한 것처럼 허위로 꾸민 운송장을 제시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물품을 보냈다고 속이는 게 그 시작이다. 세관에 따르면 물품이 든 가방을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선 여행자가 입국하면서 수하물로 반입하거나 택배처럼 물품만 탁송품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여행자 통관의 경우 사람이 입국하면서 직접 물품을 가져올 때만 통관절차를 밟을 수 있다. “물품만 여행자통관으로 보냈다”는 로맨스 스캠 가해자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가해자들은 간혹 이런 질문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운송 대리인에게 부탁했다”고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때론 물품만 따로 보내는 특송화물을 이용했다며 운송장을 조작하거나 허위홈페이지에서 운송기록을 조회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세관의 설명이다.

인천본부세관은 로맨스 스캠 대처 방법을 알리는 한편 유관기관과 공조해 사기 피해 예방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세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고 SNS 사용이 늘어났다. 이 현상이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며 “SNS로 알게 된 누군가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품의 통관 관련해 금품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세관에 문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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