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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맘 카페의 철두철미한 검증 거친 육아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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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6) 

육아와 관련이 없는 분께는 미리 양해를 구한다. 오늘 글이 전혀 공감이 안 가실 것이기 때문에,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시는 것이 좋겠다. 다만 출산 선물을 해야 하거나,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게 취미라면 일독을 추천해 드린다. 나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정말 1도 모르던 세계였기 때문이다.

나는 두 살배기 딸의 아빠다. 평균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수많은 육아 선배의 겁주기에 시달렸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통잠을 자기 전까지는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는 거였다.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면 통잠을 자게 된다는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그건 아기마다 다르다는 것이 정설이다. 별명이 잠만보인 나에게는 몹시 두려운 일이었지만, 우리 딸은 다행히 아빠와 같은 잠만보였다. 팔불출 같지만 효녀라고 할 수 있겠다.

맘 카페에다 자신이 사용한 육아템의 장단점을 세세히 리뷰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엄마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사진 unsplash]

맘 카페에다 자신이 사용한 육아템의 장단점을 세세히 리뷰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엄마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사진 unsplash]

육아 선배는 겁도 많이 주었지만 꿀팁도 많이 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각자가 생각하는 팁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추천하는 육아템도 모두 달랐다. 인터넷에 육아템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아이템이 나오고 대부분 광고다. 반드시 사려고 했던 것도 맘 카페 등에서 어떤 제품이 좋은지 갑론을박을 하는 것을 보면 결정 장애가 생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 엄마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맘 카페에 자신이 사용한 육아템의 장단점을 세세히 리뷰하는 것은 물론, 가끔은 해외기사까지 검색해 유해한 성분이 있는지 체크한다. 맘 카페는 가히 육아를 위한 집단지성의 정수와 같은데 남편은 가입을 못 할 정도로 구성원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나도 아내 계정으로 본다) 가끔은 응급상황 시 새벽까지 실시간으로 병원과 약국 정보, 해열제 사용법 등을 공유한다. 성선설을 믿게 되는 순간이다.

육아 선배와 맘 카페의 철두철미한 검증을 거친 첫 번째 추천 아이템은 젖병 소독기다. 신생아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물고 빠는 것에 묻어있는 세균에 취약할 수 있다. 그래서 젖병과 쪽쪽이를 전용 세제와 세척솔로 수시로 닦고 젖병 소독기로 말리게 된다. 가격은 10만 원대부터 다양한데, 고가라고 생각되면 중고제품이라도 꼭 구매하는 게 좋다. 젖병 소독기가 없으면 그때그때 열탕 소독을 해야 하는데 매번 물을 팔팔 끓여 소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젖병소독기는 열탕소독을 대신해 육아용품 소독이 가능하다. [사진 스펙트라]

젖병소독기는 열탕소독을 대신해 육아용품 소독이 가능하다. [사진 스펙트라]

두번째 추천 육아팀은 분유 포트다. 완모(완전한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다면 아기는 수시로 분유를 먹는다. 분유를 타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물의 온도인데, 40도 정도가 적합하다. 문제는 100도까지 완전히 끓었다가 식어 40도가 되어야 가장 좋은데, 분유 포트가 없이는 어렵고도 번거로운 일이다. 특히 새벽에 아기가 밥 달라고 울고 보챌 때는 멘붕이 되기 때문에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 순간 엄마가 초기대응을 하고, 그 사이 아빠가 빠르게 분유를 준비하는 매뉴얼로 나름 좋은 팀워크였다고 생각한다. 자동분유제조기를 추천하는 분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구매하지 못했다. 누르기만 하면 분유가 만들어져 나오는 경이로운 편의성을 가졌다고 하는데, 고가에 속하는 육아템이라 선뜻 추천은 못 하겠다.

다음은 수유할 때 아기를 더 안정적으로 안기 위한 수유 시트다. 아내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아기를 안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구매했다. 작고 약한 아이를 내가 잘못 안아 다치면 어쩌나 했던 고민은 금방 없어졌지만, 수유 시트는 잠을 재우거나 사진을 찍을 때 등 다양한 용도로 잘 사용했다. 아기가 수유 후에 소화를 돕기 위한 역류방지 쿠션도 추천할만한 육아템이다. 수유하고 난 뒤 아기가 트림하고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키고서야 내려놓을 수 있는데, 매번 아이를 안고 소화를 시키는 것은 체력적으로 정말 부담되는 일이다. 역류방지 쿠션은 약간의 경사가 있어 아기가 역류해 토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물론 100%는 아니다. 모든 육아템처럼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수준이다.

수유시트는 아기를 안는 것이 무서운 아빠들을 위한 육아용품이다. [사진 알프레미오]

수유시트는 아기를 안는 것이 무서운 아빠들을 위한 육아용품이다. [사진 알프레미오]

아기가 먹고 소화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으니 그다음은 싸는 것과 관련된 아이템이다.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미드에서나 보던 기저귀 갈이대가 있었다. 서양은 입식이지만 우리는 좌식문화라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근데 써보니 허리도 편안하고 좋다고 했다. 2단으로 되어 위에는 아기가 누워 기저귀를 갈 수 있고 아래에는 기저귀나 물티슈 수납이 된다. 단 아기가 뒤집거나 발버둥 칠 때가 되면 못 쓸 것 같았다. 우리 딸은 이미 기저귀 갈 때도 활발했기에 구매하지 않았다.

기저귀나 물티슈, 기타 아기 소모 용품을 보관하는 데에는 정해진 국민 아이템이 있다. 3단으로 된 바퀴 달린 트롤리이다. 본래 주방에서 식자재와 식기 등을 두고 서빙할 때 쓰는 용도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육아용품 보관에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유명가구점이나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가급적 큰 사이즈를 사는 걸 추천한다. 점점 넣어둘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육아용품 수납으로 널리 쓰이는 트롤리. [사진 이케아]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육아용품 수납으로 널리 쓰이는 트롤리. [사진 이케아]

내가 정말 아빠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아기의 용변을 처리할 때다. 용변을 본 기저귀를 벗기고 펭귄 모양의 아기 비데를 사용해 엉덩이를 씻겨준다. 뽀송뽀송하게 해준 뒤 새 기저귀를 입혀주면 아기가 기분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싱긋 웃어주기라도 하면 광대뼈가 간질거릴 정도로 기분이 좋다.

미소 짓는 아기를 뒤로하고 용변에 얼룩진 아기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비누와 과탄산소다, 칫솔이면 못 빼는 얼룩이 없다. 맘 카페에서 발견한 최고의 비결이다. 비위가 약했던 내가 이제는 익숙하게 아기의 용변을 처리하는 모습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그 옛날 나의 부모님도 이러셨겠지, 어느새 내가 커서 아빠가 되고 말았다. 옛날처럼 똥 기저귀 빨아가며 키우는 건 아니지만, 엄마 아빠도 최선을 다했음을 딸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기억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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