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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화위원에 "돈줘"…감옥서 꼴통이라 불린 전자발찌 그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지난 5월 출소 이후 교도소 교화위원 등에게 두달여간 돈을 요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화위원 A씨는 “강씨가 6~7월에 전화해 ‘아는 목사의 추천으로 화장품 회사에 들어갔는데 화장품 350만원어치를 사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 교화위원에게 전화를 수십 통씩 걸어 “살길이 막막하니 도와달라” “고시원에서 생활 중이니 돈을 보내달라”는 등의 생활고를 토로했다고 한다.

강씨의 살인 동기도 금전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그의 출소 이후의 행적이 주목되고 있다. 강씨는 출소 이후 3개월간 기초수급생활자에 지급하는 항목으로 약 700여만원을 받아 구청 내 악성 민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 본인 인증 사진 보내며 돈 요구”

40년간 교도소에서 교화 활동을 한 A씨는 기도 모임과 상담을 통해 강씨를 만났다고 한다. A씨는 “출소 이후 두달 간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 끈질기게 전화가 와 고통스러웠다”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강씨 본인이라고 설명하며 얼굴사진을 문자로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도 계속된 전화에 A씨는 약간의 돈을 마련해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집이 없어 고시원에서 생활한다고 토로해 강씨에게 30만원을 모아 줬고, 이후로도 연락이 끈질기게 와 다른 동료가 대신 나서줬다. 강씨의 연락을 받으며 ‘A에게 그만 연락하라’는 이야기를 전하자 그 후론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후로도 강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수감 동기들에게 연락해 “화장품을 팔아달라”는 등 금전적 도움을 요구했다고 한다.

교도소 측도 꺼리는 수감자…“골칫덩어리”  

강씨는 교도소 생활 중에도 전 지역의 교도소를 옮겨 다녔다고 한다. A씨는 “수감 생활 중 만난 강씨의 모습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교도소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씨가 말썽을 많이 피워 그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교도소를 자주 옮겨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도소 직원은 강씨를 ‘꼴통’이라고 칭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교도소 측 사람들은 강 씨를 “재소자 방에서 왕초 노릇을 하려고 하고 출소하기 위해 법무부에 탄원서도 자주 제출하는 등 민원 제기가 잦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번 송파 살인 사건에 A씨는 마음이 무거웠다고 토로했다. A씨는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자이크 된 실루엣 사진만 보고 한번에 알아봤다. 강씨가 생활고에 대해 토로를 자주했는데 ‘금전적인 지원을 더 해줬다면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에 자책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의 이유 “돈 안 빌려줘서, 돈 갚으라 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모씨의 모습이 서울시내 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모씨의 모습이 서울시내 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경찰은 금전 문제로 얽힌 두 피해 여성과 강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 여성 B씨에게 2000만원을 빌린 뒤 빚을 갚으라고 독촉해 피해 여성 C씨에게 돈을 빌리려다 거절당하자 B씨를 집에서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일 뒤, 다시 강씨는 C씨를 불러 살해했다고도 진술했다. 그 사이(27일) 강씨는 죽은 C씨의 카드로 핸드폰 4대를 구입(596만원)해 되판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무 관계에 대해서는 강씨 진술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강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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