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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학교들 "교가 바꿔 친일잔재 청산"…학생·교사가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충북교육청 '우리학교 노래만들기' 사업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시청자미디센터에서 새교가를 녹음하는 모습. [사진 충북도교육청 교육문화원]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시청자미디센터에서 새교가를 녹음하는 모습. [사진 충북도교육청 교육문화원]

충북지역 5개 학교 교가가 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교가로 교체된다. 이들 학교는 친일 작가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교가를 바꿨다.

1일 충북도교육청은 “충북 진천 한 초교를 비롯해 친일 인사들이 작사하거나 작곡한 충북지역 5개 학교 교가가 ‘우리학교 노래 만들기’ 사업을 통해 새로운 교가로 바뀔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교 100주년을 1년여 앞둔 진천의 한 초교는 앞으로 기존 교가 대신 ‘눈 부신 햇살처럼 밝은 웃음이 가득한 이곳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우리들의 자람터…’로 시작하는 새 교가를 부르게 된다. 이 학교 새 교가 가사는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에 따라 작사자 이름도 ‘교육공동체’로 기록됐다.

현재 이 학교 교가 노랫말은 일제 강점기 친일 작가로 꼽히는 김동진이 쓴 것이다. 충북지역은 이은상·현제명 등 친일 인사들이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가 2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이 만든 노래에는 학생들을 ‘학도’, ‘건아’ 등으로 표현하거나 여학생을 ‘꽃송이’로 표현한 가사도 있다.

이에 충북도교육청과 충북교육문화원은 이런 교가를 교체하기 위해 우리학교 노래 만들기 사업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3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신청하는 학교가 많아 10곳으로 늘렸다. 신청한 학교 가운데 5개 학교는 친일 인사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이고, 나머지 5개교는 군대식 분위기가 풍기는 노랫말이어서 학생들의 감각에 맞게 바꾸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새교가 현재 마스터링 작업 중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시청자미디센터에서 새교가를 녹음하는 모습. [사진 충북도교육청 교육문화원]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시청자미디센터에서 새교가를 녹음하는 모습. [사진 충북도교육청 교육문화원]

교육문화원은 전문가에게 작곡을 의뢰해 노래를 만들었고, 최근 편곡과 노래 녹음 등을 마쳤다. 현재 마스터링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으로 작업이 완료되면 10개 학교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문화원 윤학준 교육연구사는 “우리 학교 노래 만들기에 참여한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노랫말을 직접 만들어 의미가 크다”며 “노랫말이 학교의 좋은 점과 밝은 미래에 대한 내용인 데다 스타일도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교육청은 2019년 2월 전수조사를 통해 초·중·고 26곳에서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교가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학교에 교가 교체를 권고했다. 하지만 학교들은 동문회·학생 등의 의견수렴과 노래를 새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교가 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우리 학교 노래 만들기 사업을 펼쳐 친일 인사가 만든 교가나 군가풍 교가를 학생들의 감각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이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학교에 300만원씩을 지원해 교가 작곡과 음원 제작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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