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미국 투자 이민 투자금 인상, 없던 일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국민이주의 해외이주 클리닉(23)

베링 지역센터는 2020년 12월 21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법원에 미 이민국(USCIS)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2019년 11월 21일부터 실행되는 EB-5 현대화 규정이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것이다. EB-5 현대화 규정은 투자 이민을 위한 투자금을 50만 달러 (비고용 촉진지역은 100만 달러)에서 90만 달러(비고용 촉진지역은 180만 달러)로 인상하고, 고용촉진지역 선정 권한을 각 주 정부로부터 이민국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B-5 현대화 규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로 몇 개 지역센터가 적법성 또는 공정성 등을 문제 삼았으나 계란으로 바위를 때리는 격이었다. 아무도 이러한 지역 센터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미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역 센터를 통한 EB-5 투자 이민에 제동이 걸렸다. 재개된다면 기존 규정대로 연장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새 법안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 pxfuel]

1990년 EB-5 미국 투자 이민법이 제정된 이래 한 번도 투자금이 인상되지 않았다.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30년 세월 동안의 물가지수 상승을 고려할 때, 그리고 다른 선진국의 투자 이민 금액과 비교할 때 미국의 투자 이민 가격은 너무도 낮은 금액이어서 투자금 인상은 거의 피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투자 이민 희망자, 지역 센터, 이주 관련 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 22일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은 현대화 규정이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위법적인 부분이 있다는 베링 지역센터의 주장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이 규정은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한시적으로 (6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다시 50만 달러로 미국 간접투자 이민이 가능하게 되었다.

패소한 미국 이민국은 소송 규정에 따라 법원 결정일 이후 60일 이내에 항소할 권리가 있어 그 마지막 날인 8월 23일 항소에 관한 통지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통지에서 법원 판결에 대한 효력을 중지해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다른 변동이 없다면 현재로는 미국 투자 이민법에서는 EB-5 현대화 규정 이전의 내용이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럼 미국 투자 이민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 일단 직접 투자로 진행하는 경우 현재는 50만 달러(비고용 촉진지역은 100만 달러)로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미 이민국과 법원의 행보에 따라 투자 금액은 변동될 수 있다.

그런데 간접 투자, 즉 지역 센터를 통한 EB-5 투자 이민은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지난 6월 30일 미 의회가 간접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승인하는 EB-5 지역 센터 프로그램을 갱신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 현재 지역 센터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9월에 회기가 다시 열리면 지역 센터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12월까지 다시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역 센터를 통한 EB-5 투자 이민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9월 이 프로그램이 재개될 것인가의 여부이다. 재개된다면 기존 규정대로 연장이 될 수도 있고, 새 법안이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규정대로 연장이 되고 이민국이 현 법원 판결의 효력 중지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투자 금액은 50만 달러(비고용 촉진지역은 100만 달러)가 된다. 만일 이민국이 현 법원 판결의 효력 중지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투자 금액은 90만 달러(비고용 촉진지역은 180만 달러)가 된다.

새로운 법안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의회에서 EB-5 현대화 법안과 비슷한 법안을 다시 상정하거나 이민국에서 주도해 발의할 수도 있다. 이때 새로운 절충된 금액, 예를 들면, 75만 달러를 제시할 지도 모른다.

이렇듯 예측하기 어렵고 복잡한 여러 가지 상황에서 EB-5 관계자들은 긴장되고 애타는 9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