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메밀꽃 씨 뿌려진 '쓰레기 산' 현장
최근 경북 의성군 직원들은 4만여㎡ 규모의 커다란 한 야산 공터를 찾아 코스모스·메밀꽃 씨를 뿌렸다. 가을꽃이 야산 공터에 한가득 피어나기를 기대하면서다. 꽃씨가 뿌려진 곳은 2년 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쓰레기 산'이 있던 바로 그 현장이다.
당시 쓰레기 산을 이룬 건 플라스틱·스티로폼·전선·비닐·고철 등 각종 폐기물이다. 무게는 20만8000여t. 쓰레기 더미 최대 높이가 15m에 달했다. 보도 후 의성군은 국비 185억원 등 예산 289억원을 들여 폐기물을 치워나갔다. 그렇게 20개월의 작업 끝에 올 2월 쓰레기는 정리됐다.
드론 띄워 기록 남겨
의성군은 쓰레기 산을 치워가는 과정 중간중간 드론을 공중에 띄워 환경오염의 참담함을 기록으로 남겼다. 영상으로 된 '드론 샷'을 입수해 되돌아본 쓰레기 산의 모습은 멸망한 미래 사회 모습이 나오는 영화 '매드맥스' 한 장면 같았다.
어디서 피어오르는지 알 수 없는 희뿌연 연기. 각종 쓰레기를 잘게 부수는 대형 분쇄기. 쓰레기 잔해 속에 중장비가 쉴 새 없이 폐기물을 퍼 날랐다. 악취와 먼지, 물까지 뿌려져 말 그대로 쓰레기 산은 참담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쓰레기 산. 이 쓰레기 산을 정리하는 과정까지 환경오염, 세금 낭비의 연속이었다. 의성군 관계자는 "쓰레기를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고, 타는 것 중에서 열효율이 높은 것은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기도 했다. 쓰레기와 전쟁을 치른 거다"고 했다. 쓰레기 산은 정리됐지만, 여전히 현장은 초목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황폐하다. 코스모스 등 꽃씨를 뿌려가며 관리를 시작한 이유다.
의성군, 법원 경매로 공터 매입 예정
의성군은 쓰레기 산이 있던 업체 사유지인 공터를 조만간 법원 경매를 통해 매입기로 했다. 그러곤 '에코 그린 체험장'을 만들 계획이다. 국비 등 8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훼손된 부지를 복원하고 곤충생태숲 등 생물서식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의성군 측은 “제2의 쓰레기 산, 제3의 쓰레기 산을 다시는 만들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교훈의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성 쓰레기 산은 7~8년 전부터 해당 부지를 소유한 폐기물 업체 관계자들이 쓰레기를 외부에서 실어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쓰레기 산의 심각성이 외부로 알려진 건 2018년 12월 쓰레기 산에서 불이 나면서다. 이후 악취 등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전해졌고, 외신을 시작으로 국내외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자체와 폐기물 업체 관계자들과의 법정 공방, 행정대집행 등의 방식으로 쓰레기 산 치우기가 본격화됐다.